산업 기업

[동십자각]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임세원 시그널부 차장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표이사일까, 직원일까, 아니면 주주일까. 최근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을 둘러싼 취재와 논란들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물론 모두가 기업의 주인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오너’로 불리는 대주주가 기업의 주인 행세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사의 대주주는 언젠가 떠나는 주주나 직원과 달리 대부분 끝까지 남아 회사를 지키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주인 의식이 남의 권리를 침해한다. 기업이 외부 투자를 받았다면 주주 역시 일정 부분은 회사의 주인이다. 아울러 대규모로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대부분 국민연금 등 국민 다수의 돈을 받아 이들에게 투자한 주주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수많은 PEF 운용사 대표들은 오너 기업의 폐해를 증언하고는 했다. 어떤 기업은 회장의 취미를 신사업 삼아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회장이 투자한 주식을 기업 돈으로 동반 투자해 주가 부양을 기대하는 오너도 있었다. 당장 쓰지 않을 부동산에 관한 집착은 얼마나 심한지 매번 그것을 제지하느라 고성이 오갔다는 PEF 관계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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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지분을 상당수 가져 주주로서 권리가 있는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이었다. 물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에는 과도하게 권한을 휘두르려는 사람도 있고 배임·횡령 금액이 10억 원 이상이면 일단 대상에 놓을 정도로 무책임한 선별 규칙도 있다. 평균 10년 가까이 걸리는 소송전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국민연금 내에 나올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벌이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업들이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 언급조차 꺼리는 이유도 이 같은 준비 부족 상황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들이 보완된다면 기업들 역시 법적인 토대를 갖춘 주주대표소송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최종적으로 소송 대상이 될 회사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깃이 자사 ‘회장님’만은 안 된다는 하소연을 언제까지나 이어가기는 힘들다. 기업과 대주주와 이사회는 각각 할 일이 다르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소송 대상으로 거론된 몇몇 기업은 실제 이사의 잘못으로 기업이 본 피해가 적어 소송 대상이 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사연도 적지 않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비공개를 전제로 국민연금에 적극 해명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이사회는 원래 다 합의하는 것이 관행입니다”라고 강조한 것은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기업을 직접 창업한 경험에서 우러난 발언인지 모르겠으나 어떻게 오너 한 명의 생각대로 기업이 갈 수 있다는 것인지 지금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기업을 직접 경영하면서 살벌한 경쟁을 이겨내려는 치열함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소액주주들 역시 기업과 오너 못지않게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이며 이들은 투자한 만큼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오너가 대주주라고 해서 남의 주권까지 가져갈 권리는 없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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