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버스 법당 '미고사' 타고 떠난 예순 스님과 구순 노모의 여행

■영화 '불(佛)효자' 스페셜 영상 공개

마가스님 모자 전국 사찰 순례기

출가후 40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

전국 사찰·맛집 돌며 극진히 대접

"영화 통해 가족의 소중함 깨닫길"

마가스님이 40여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스님과 모친의 여행기는 영화 ‘불(佛)효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마가스님이 40여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스님과 모친의 여행기는 영화 ‘불(佛)효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세수 환갑이 넘은 아들이 노모 앞에서 수박 껍질을 머리에 쓴 채 얼굴에 수박씨를 붙이고 어린아이처럼 재롱을 피운다. 이 모습을 지켜본 모친 역시 수박 껍질을 머리에 쓰고는 환하게 웃는다.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백발의 노모를 등에 업고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눈물을 쏟아낸다.



어느 효자의 이야기가 아닌, 영화 '불(佛)효자' 속 장면이다. 영상 속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스마트 법당 미고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 마가스님과 그의 모친 박종순(92)씨다.

‘불효자’는 환갑이 넘은 스님이 노모를 모시고 떠나는 전국 사찰순례기다. 주인공 마가스님은 "가정이 해체되는 현대 사회에 가족 간의 끈끈한 관계가 회복되고, '부모를 잘 섬기면 복이 온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을 실천해 행복한 가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마가스님은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휠체어에 태워 2년 간 전국 사찰을 순례했다.마가스님은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휠체어에 태워 2년 간 전국 사찰을 순례했다.


이야기는 스님이 출가한 지 40여 년 만에 전남 고흥 고향집을 찾아가 어머니와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스님은 노모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이때부터 어머니의 평생 소원인 전국 사찰여행이 시작된다. 스님은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위해 버스를 개조한 법당 '미고사'를 직접 운전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닌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산길에서는 스님이 노모를 등에 업고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한다.



스님은 “불현듯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고, 그 때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어머니를 등에 업었는데,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되겠구나 싶었다”며 “어렸을 때 어머니와 냇가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려 수박 껍질을 머리에 뒤집어 쓰기도 하고, 손톱에 봉숭아 물도 들이고, 꽃반지도 만드는 추억여행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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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여행지는 사찰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곡사부터 법주사, 부석사, 봉정사, 선암사, 대흥사, 통도사를 비롯해 경기도 화성 용주사, 양주 봉선사, 양양 신흥사, 평창 월장사, 제주 관음사 등 전국 유명 사찰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이 영상에 담겼다. 스님은 총 2년 간, 30차례에 걸쳐 지역 사찰과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노모를 극진해 대접해 드렸다. "한 번 떠날 때마다 200~300㎞를 다녔는데, 전국을 다섯 바퀴 정도 돈 것 같다"고 스님은 말했다.

마가스님과 그의 어머니가 텃밭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마가스님과 그의 어머니가 텃밭에 앉아 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님은 자신이 불(不)효자라고 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는 홀로 삼형제를 키우셨다. 유년 시절 방황으로 가출하기도 했던 스님은 자살을 기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깨어난 뒤 출가했다. 세수 20세. 출가한 뒤로는 가족과 거의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했다.

4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어머니는 그래서 그에게 더욱 각별한 존재였다. 스님은 "그동안 어머니는 늘 아들을 기다리고 계셨더라. 다시 만나는 순간 어머니가 '이제는 다 필요없다'면서 그동안 모아둔 뭉칫돈을 건네시길래 고향 사찰에 시주했다"며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여행을 선물해드리고, 수계식(受戒式)도 해드렸다. 출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가스님과 그의 어머니가 벚꽃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스님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올 봄 서울 현성정사에서 시골의 작은 사찰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마가스님과 그의 어머니가 벚꽃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스님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올 봄 서울 현성정사에서 시골의 작은 사찰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


스님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수행에만 정진하는 출가자의 불문율을 깨고 3년 전부터 서울 서대문구 현성정사에서 모친과 함께 살고 있다. "그동안 혼자 살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는데, 어머니를 모시면서 '가화만사성'이란 진리 아닌 진리를 발견하게 됐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님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조만간 계단이 없는 작은 시골 사찰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늦게나마 효도를 해보려고 서울 사찰에는 사표를 내고, 시골로 떠납니다. 올 봄에는 어머니와 산천으로 마음껏 꽃놀이를 다닐 생각입니다."

영화 불효자는 부처님오신날이자 어버이날인 5월 8일 개봉한다. 전국 25개 사찰을 돌면서 한국의 풍경을 담은 영화는 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사진제공=부디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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