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정부 경고 효과 없었다…'1억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 되레 늘어

작년 8월 18.5%→올 1월 24.8%

전수조사서 위법의심 사례 0.6%

투기수요 잠재우기에는 역부족

"근본 원인인 규제 내용 손봐야"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 는 215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모든 평형의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다. 이 단지 전용 38㎡는 지난 1월 한달 동안 16차례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서울 용산구(4건)와 성동구(11건) 거래를 합친 양보다 많다. 전용 47㎡는 지난해 12월 1억 84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의 부정거래를 조사하겠다고 한 이후에도 전국 각지의 다주택자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다고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니 수요자들은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의 부정 거래를 찾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이들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1억 이하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쏠리게 된 근본 원인인 규제 내용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1만 4435건 중 3575건(24.8%)은 거래액이 1억 원 이하였다. 통상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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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정부가 관련 거래 전수조사에 돌입한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8월 15.8% 수준이던 1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비중은 12월 20.8%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는 전체 거래 4채 중 1채 수준까지 늘었다.

국토부는 법인과 외지인이 전국에서 저가 아파트(공시가격 1억 원 이하)를 집중 매수하면서 깡통전세나 위법 투기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1월 관련 기획 조사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법령 위반이 확인될 경우 경찰청·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경고했지만 결론적으로 관련 매수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가 빈수레에 가까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조사 기간(2020년 9월~2021년 7월) 내 법인·외지인의 공시가 1억이하 아파트 거래는 총 8만 9785건으로 이 가운데 조사 대상이 된 이상 거래는 1808건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이 중 570건에서 위법 의심 요소를 발견해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약 9만 건 가운데 위법 의심 거래는 500여 건(0.6%)에 불과했던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0.6%는 시장에 경고를 주고 투자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너무 작은 비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 교수는 “법인과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제외한 것이 결국 지금 현상을 불러온 것”이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현지 실수요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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