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이달부터 올해 상반기 신입 및 경력 사원 채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반도체·배터리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를 모시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그룹 중 삼성만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다른 그룹은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가운데 총수들이 정부에 약속한 청년 고용 확대가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오는 3월 중순께 상반기 3급(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용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예년대로라면 3월 말까지 지원서를 받고 4∼5월 중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 5∼6월 면접을 거쳐 7월 중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삼성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1만여 명을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부문 경력 사원도 뽑고 있다. 이달 17일까지 서류를 접수하는 가운데 전체 경력직 채용 규모도 예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이달 중 신입 및 경력 채용에 들어간다. 모집 인원은 수백 명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뒤 해마다 연간 1000여 명을 신규 채용해 왔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설비 투자 등을 고려해 예년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지난해 실적 발표 당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출범, 이천 M16 팹 본격 가동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준비를 위해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연간 6000여 명 수준으로 계획했던 신규 채용 규모를 9000여 명으로 확대해 3년간 2만 7000여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이달 또는 3월 중 대졸 신입 사원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LG그룹이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계열사 조직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은 대학 학사 일정에 맞춰 신입 채용을 진행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석·박사, LG이노텍 등은 대졸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경력 사원 채용 역시 전자·배터리·통신 등 여러 계열사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LG그룹은 올해부터 연간 약 1만 명씩 3년간 3만여 명을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도 향후 3년간 3만 명을 직접 채용하고 1만 6000여 개 일자리는 인재 육성과 창업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기업의 인재 채용 확대는 점차 회복되는 채용시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한때 채용 시장이 위축됐으나, 지난해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채용공고는 174만115건으로, 2020년(109만7396건)보다 58.6% 증가했다. 제조·화학 채용 공고가 전체의 27%로 가장 많았고 의료·제약·복지(14%), IT·웹·통신(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경력직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경력직 채용 공고는 2019년과 비교해 26% 늘어난 반면 신입 채용 공고는 9% 증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