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에 성과급 등을 합친 연봉이 세전 기준으로 3억 원이 넘습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 글은 조회 수가 폭발적이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화면을 갈무리한 내용이 돌아다닐 정도였다. 글쓴이는 자신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메모리 반도체 파트에서 일하는 차·부장급(옛 CL4)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이끌어낸 사업 부문에 속한 이였다.
여기에 댓글을 달거나 이 내용을 접한 많은 이들은 한결같이 “부럽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부장급이 정말 타 대기업의 임원급 연봉을 받는 것이 맞느냐’는 토론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도 고연봉의 기반이 된 반도체 엔지니어라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최고 직장이라 불리는 삼성전자 DS 부문조차 한 해에 필요한 인력을 다 채우지 못해 가까운 미래에는 해외에서 인력을 구해 와야 한다는 사실도 그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반도체 업계를 2년 가까이 취재하며 지겹게 들은 단어는 ‘인력 부족’이다. 전공자 배출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고 이것이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 한 해에만 1476명(2019년 기준)이 부족하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부 지원을 물어보니 ‘인재 수급’을 최우선으로 꼽은 기업이 65%에 달했다. 이 분야 1위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쩔쩔매는 인력 문제니 대우가 상대적으로 박한 중소기업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반도체 학부를 신설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을 미루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변경하려면 수도권정비계획법부터 뜯어고쳐야 하지만 현재도 아닌 ‘미래의’ 반도체를 위해 총대를 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문제를 풀 주체가 교육부와 산업부로 나뉘어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국민들이 ‘역대급 실적’이라며 삼성전자에 박수를 보내고 고연봉자를 부러워하는 사이 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