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여성 행세를 하며 다른 남성들에게 접근해 2억여원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사기·공갈·절도·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모(24·무직) 씨에게 1심 형량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2020년 초부터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을 23살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교제를 하자거나 함께 살자고 제안해 피해자들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혐의로 그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를 앱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2020년 3월 '같이 살 집을 구하자. 보증금이나 살림살이에 필요한 돈을 내가 관리하겠다'는 말에 속아 권씨에게 2주 만에 3,000여만원을 건넸다.
권씨는 다른 피해자에게 '나는 고아인데 사기를 당해 돈이 없다'는 말 등으로 속인 뒤 돈을 빌리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건네받아 은행에서 대신 대출받는 방식으로 총 1,730만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는다. 또 한 피해자로부터는 음란행위 영상을 받은 뒤 '네가 일하는 곳에 영상을 뿌리겠다'고 협박해 제삼자의 계좌로 410만원을 보내게 해 이를 빼앗은 혐의도 있다.
그는 해당 범행에 앞서 2019년 말에도 온라인에서 알게 된 공범의 제안을 받고 여러 차례 중고거래 사기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단과 방법 등이 상당히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의 여지가 큰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찰은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에 일부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십 명이고 피해액 합계가 약 2억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절도 등으로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재판 중에도 다른 미결수용자를 폭행하는 등 규율위반 행위로 금치 30일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권씨가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불우한 성장 과정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법원에 상소포기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상고하지 않아 이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