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배수의 진을 쳤다. 8일 관훈토론을 통해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 “끝까지 갈 생각 하고 시작했다”며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4일 이전에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조기 성사되기는 쉽지 않게 됐다. 대신 투표용지 인쇄 직전인 27일에 단일화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려 나왔다.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후보 간 담판이라는 단일화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방식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 측의 단일화 아이디어인 ‘DJP(김대중+김종필)’ 방식에 대해서도 안 후보는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최근 하락세인 지지율에 구애받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의지 또한 밝혔다. 그는 ‘현재 지지율을 감안하면 단일화로 정권에 참여해 변화를 추구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질문에 “왜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겠나”라면서 “처음부터 고민 안 하고 시작했다. 끝까지 갈 생각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완주하겠다는 것은 일관된 태도”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후보 단일화 관련 이슈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도 이를 의식한 듯 단일화를 서두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다만 단일화 협상을 본격화하기 위한 제반 여건들이 무르익으면 양측이 전격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향방이 중요한데 아직은 이와 관련한 표심의 호응도가 강하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단일화에 정권 교체 열망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후보는 단일화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방향이 됐든 28일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까지는 단일화 여부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양보한 후보는 투표용지에서 후보 사퇴로 표시되는 반면 해당 시한을 넘길 경우 단일화에 이르더라도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남아 지지 유권자 결집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향후 단일화 가능성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올 경우 고려해볼 여지는 열어뒀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저는 어떤 제안도 받은 적 없다”고 거듭 답했다.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올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실제로 당에 제안 온 것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과 윤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의 조건 등을 놓고 물밑 논의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동의 연립정권 구성 여부 등이 핵심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단일화 조건으로 총리직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두 후보에 대한 단일화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 후원회장직을 맡은 인명진 목사는 이날 한 언론에 “윤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데도 안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안 후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면 지방선거 출마 등을 고려하는 국민의당 인사들이 단일화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단순히 어느 한쪽의 양보를 통한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각 후보의 충성 지지층 이탈 없이 표심 결집을 유도하고 중도층으로의 표심 확장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이에 대응해 여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앞서 김 후보와 양자 토론을 한 데 이어 추가로 만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사표 심리가 분출돼 단일화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