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5년 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람 8명 가운데 1명의 면허증을 되살려준 사실이 나왔다. 권익위는 심지어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적이 있는 음주운전자도 구제했다. 권익위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9일 귄익위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음주운전 관련 면허 취소 행정심판 현황(2017~2021년)’에 따르면 5년 간 행정심판으로 음주운전 면허 취소 감경 신청 건수는 7만 2,091건이었다. 권익위는 이 가운데 12.9%인 9,318건을 감경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도로교통법은 알코올 농도 0.03%~0.08% 미만이면 100일 간 면허 정지, 0.08% 이상일 때는 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다. 권익위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들이 처분을 완화해달라고 신청한 행정심판 청구 8건 가운데 1건을 면허정지 수준으로 완화해준 셈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사람들에게 면허증을 돌려준 꼴이다.
도로교통법(제91조)에 따르면 △운전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중요한 수단인 경우 △모범운전자로 처분 당시 3년 이상 교통 봉사활동에 종사한 경우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한 운전자를 검거하여 경찰서장 이상의 표창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감경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음주운전 중 인적피해 전력 △음주측정요구 불응 및 경찰관 폭행 전력 △무사고 기간 등 별도의 기준을 세워 음주운전 면허취소 처분을 감경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권익위의 음주운전 면허 취소 행정심판 재결 기준이 이렇다 보니 음주운전 행정심판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운전이 생계 수단이 아닌 경우에도 ‘면허 취소’를 구제해 주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강 의원실의 지적이다.
실제로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를 확인한 결과 △공무원 △초등학교 교사 △의사 △법률사무소 직원 △공공기관 직원 △사업가 등이 대거 감경받았다. 이들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이 생계 유지 수단이 아니다.
권익위는 특히 이들 가운데는 세 차례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사람을 다치게 하는 등의 전력이 있는 의사도 면허취소 처분을 감경한 사실이 나왔다. 2019년 직업이 의사인 청구인은 자신의 볼보 승용차를 운전하다 음주운전 검사에 적발됐지만 권익위는 감경처분을 했다. 이 의사는 앞서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2명의 사람을 다치게 한 적도 있다.
강민국 의원은 “권익위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역행하고 있다”며 “음주운전 면허 취소 감경은 운전이 생계 수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부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