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우려로 침묵을 지켜온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직접 분노를 표출하며 선거판에 본격 뛰어들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 대통령과 윤 후보 간 충돌이 양 진영 결집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0일 참모회의 때 윤 후보를 겨냥해 “중앙지검장·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못 본 척했다는 말이냐”라며 비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냐”라며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데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매우 불쾌하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표한 데 이어 연 이틀 윤 후보와 각을 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반발은 철저한 정치 중립을 강조해온 기존 입장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적 역할을 사실상 자청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비극적인 일을 겪고도 정치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내 사전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면서도 “문 대통령도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왔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