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을 차기 정부의 몫으로 돌리며 정권 재창출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면서도 “집값이 최근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종전 선언을 이루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며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대화에 선결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가온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들어 북한이 일곱 차례나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얼어붙자 공을 차기 정부로 넘긴 것이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이어가지 않는 정권이 들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도 동시에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또 임기 중 가장 아쉬운 분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혼란의 원인을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수도권 집중화, 1인 가구 증가로 꼽으며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부의 상황 반전 노력으로 부동산 가격은 최근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며 “주거 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부동산 문제와 대비되는 치적으로는 소득분배 개선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펼친 확장 재정으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며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었는데 위기 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공식을 깬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부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젠더 갈등 문제를 두고는 “성 평등 정책 추진에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많았다”며 외부 정치권의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라며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북특사 활동에 대한 물음에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