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한 표가 아쉬운데…승패 가를 수십만명 투표 못할 판

[대선판 흔드는 오미크론]

이대로면 유권자 3.5% 참여 불가

2030 38만·4050 33만명 달해

역대 39만~108만표에 승패 갈려

여야 선거 전략 무용지물 될수도

확진자 투표시간 6~7시 반 확정

기존 6~9시보다 퇴보 '설상가상'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에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훌쩍 넘긴 10일 서울 송파구청 모니터에 신규 및 누적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에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훌쩍 넘긴 10일 서울 송파구청 모니터에 신규 및 누적 확진자 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차별로 확산되는 ‘오미크론’ 공포에 정치권이 대선 공식을 다시 짜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선 당일 유권자 약 3.5%가 투표를 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 1%포인트 차이로 결과가 갈리기도 한 역대 대선 구도를 고려하면 차기 대선 결과가 세대별 확진자 비율과 이들의 선거 당일 투표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통계청 1월 기준 등록 인구를 분석한 결과 선거 당일 투표에 차질을 빚는 유권자가 전체의 2.7~3.5%에 달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7일 이달 말 일일 확진자가 10만~1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진자 격리 기간 7일을 기준으로 선거 당일 최대 119만 명이다. 전체 18세 이상 유권자 4417만 명 가운데 2.7%가 격리 기간에 발이 묶이게 된다.

문제는 실제 투표장에 나설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오미크론 확진자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 19대 대선 투표율(77.2%)을 감안하면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서는 유권자는 약 3410만 명이다. 투표하는 실제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격리 기간에 있는 확진자 비율은 3.5%까지 높아진다.



정치권은 이 숫자를 충격적으로 보고 있다. 역대 대선 결과를 되돌아볼 때 유권자 3.5%는 양자 구조든 다자 구도든 관계없이 사실상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수준이다. 다자 구도로 치러진 15대 대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3%포인트, 약 39만 표 차이로 승리했다. 양자 구도였던 16대와 18대 대선도 각각 57만 표(2.3%), 108만 표(3.5%)로 당락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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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더욱 진땀을 빼는 부분은 오미크론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세운 선거 전략마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점이다.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은 4050세대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앞장서서 2030 청년 세대와 전통 지지층인 6070세대로 민주당을 이기는 ‘세대 포위론’을 전략으로 잡았다. 하지만 각 당이 세운 선거 공식 역시 오미크론이 깨부술 태세다.

우선 국민의힘이 짠 승리 공식이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일 질병청 발표 기준 연령별 확진자 비율은 20대가 17.43%로 가장 높다. 30대도 14.75%다. 최대 확진자 119만 명 가운데 2030세대 32.1%, 약 38만 명이 확진자로 분류돼 선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70대와 80대는 확진자 비율이 각각 4.49%, 2.56%로 낮지만 안심할 수 없다. 2030세대에서 0.01~0.03%인 치명률이 70대에서는 3.73%, 80대에서는 11.97%로 수백~수천 배 높아진다. 치명률이 높은 고령 확진자가 투표장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민주당도 오미크론 충격파를 피하기는 어렵다. 2030세대와 6070세대를 앞세운 세대 포위론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압도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4050세대의 큰 덩치 때문이다. 4050세대는 2030세대에 비해 인구수가 248만 명이 많다. 전체 유권자의 5.6%다. 단순하게 2030과 4050이 총력전을 벌이면 4050이 무조건 5% 이상 앞서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을 보면 40대(15.16%)가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고 50대(12.86%)가 네 번째 수준이다. 최대 확진자 119만 명 가운데 약 28%인 33만 명의 4050세대가 투표장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자 구도로 치러진 지난 15대 총선의 당락을 가른 표(39만 표)와 버금간다.

김영배(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조해진 소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권욱 기자김영배(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조해진 소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권욱 기자


정치권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선거 당일 오후 6~7시 30분에 확진자가 별도로 투표할 수 있게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 계획인 오후 6~9시 투표 방안에서 퇴보했다.

이 때문에 이미 오미크론 변수가 통제 불능으로 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확진자들을 투표장에 나서게 한들 국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오미크론이 투표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선거 공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치킨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역대 어느 선거보다 온라인 역량이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 역시 “상황에 따라 유세 방법의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박진용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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