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잠재성장률 하락 끔찍한 수준…日처럼 장기침체 빠질수도"

■2022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200조 쓰고도 저출산 해결 못해"

성장률 둔화·내수 위축 등 우려

"재원·형평성 고려않은 정책 난무"

재난지원금·이익공유제 등 비판

가계·국가부채 선제 관리 주문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인구문제부터 잠재성장률 하락, 부동산 연착륙, 가계와 정부 부채 등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포퓰리즘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는 만큼 민간과 정부 부채 모두 선제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한국경제학회장을 맡은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한국경제의 7대 과제’를 발표했다. 7대 과제는 △생산성 향상 및 신산업 육성 △저출산 문제 △부동산 시장의 수급 균형과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 △잠재성장률 제고 △가계부채 문제 △소득 불평등 문제 △국가부채 문제 등으로 한국경제학회원 투표로 선정했으며 주요 대선 후보에게 전달해 답변을 받은 상태다.



이날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난 2000년 초반 5~6%에서 최근 2%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며 끔찍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돈으로 출산율을 올리려고 노력했으나 200조 원을 쓰고도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연구도 있다”며 “저출산이 지속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비 인구도 축소돼 내수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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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를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기본소득제 주장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금통위원을 지낸 김 교수는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욱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단기적 인기 정책으로 인해 커다란 장기적 부작용을 낳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도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경제·재정정책을 평가하며 정부가 “재정 중독, 재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선투자’ ‘착한 빚’ 논리는 허구”라고 꼬집었다.

경기는 침체인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 창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용 부진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특히 보유세와 거래세 인상 등 조세 정책에 대해서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최근 경제정책 수장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면서 빨리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부동산 시장 수급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부동산 폭락이 폭등보다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고 장기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모두 해결 과제로 꼽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 원에서 연평균 7.6%씩 증가해 2020년 1728조 원으로 증가했다. 저금리로 인한 대출금 상환 부담 감소에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진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 역시 1997년 11.4%에서 2020년 43.8%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정 교수는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부채가 폭탄이 될 수 있다”며 “정부 부채 증가도 후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행위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매크로 레버리지(민간·정부 부채)는 최근 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다. 이처럼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 경기 변동성이 커지고 민간 지출 여력이 떨어져 경기 대응력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체 가계·기업 부채의 20%가 잠재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함 교수는 “가계·기업 부채가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며 “정부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시급히 도입하고 준재정 부문을 포함한 포괄적 국가부채 관리 체제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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