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강 팁] 폐암 3명 중 2명 흡연…특이증상 없어 수시 검진해야

■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20년새 생존율 2배 높아졌지만…남녀 사망자수 1위

여러 진료과 모여 통합진료…환자별 맞춤형 치료 시도

3세대 표적항암제로 내성 극복…·면역항암제 사용도 활발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폐는 우리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작은 풍선이 무수히 모여 이뤄져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풍선에 해당하는 수 백만 개의 허파꽈리가 가느다란 기관지들로 연결돼 대롱 부위에 해당하는 기관지로 점차 합쳐지면서 큰 기관지가 된다. 즉 흔히 폐라고 부르는 것은 기관지와 허파꽈리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면 기관지를 통해 허파꽈리로 공기가 들어간다.



폐암은 일 년에 발생하는 25만 명 정도의 암환자 중에서 약 12%를 차지한다. 특히 65세 이상에서는 전체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망자 수로는 남녀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위협적인 암이다.

폐암은 암세포의 모양에 따라 85~9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과 10~15%의 소세포폐암으로 나누어진다. 폐암은 의심할 만한 특이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꽤 많다.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4분의 3 정도가 수술할 단계를 지나서 진단받게 된다. 폐암으로 인한 증상은 폐암 덩어리 자체에 의한 기침·가래·객혈·숨참·흉통 등이 있는데, 대부분 다른 호흡기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구분하기 어렵다. 만약 이런 증상이 오래 간다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사실 폐 자체는 감각신경이 없기 때문에 폐암 4기가 되더라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다만 뼈로 전이되면 전이 부위의 통증·골절이 나타날 수 있고, 뇌로 전이되면 두통이나 경련·감각 변화·마비가 올 수 있다.

폐암 환자의 CT 검사(왼쪽)와 엑스레이 검사 사진.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폐암 환자의 CT 검사(왼쪽)와 엑스레이 검사 사진.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전체 폐암 환자의 3명 중 2명은 흡연과 관련돼 있다. 이외에 간접 흡연·라돈·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직업적인 발암 물질의 노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선암은 여성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서도 발생하며 빈도가 가장 높다. 최근에는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량을 줄여서 촬영하는 저선량 흉부 CT가 보편화되면서 정기검진을 통해 폐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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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암 치료법 가운데 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적 치료다. 수술을 받은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가까이 된다. 1기 환자만 보면 완치율도 80% 이상이다. 1기 폐암인 경우 수술만 시행하는 경우가 많고, 병기가 올라갈수록 수술 전후에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용하기도 한다. 최근 흉강경 등의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발달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수술 후 합병증이 감소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수술이 가능한 병기는 1기·2기·3기의 일부로 제한적이다. 수술을 할 때 완치율이 가장 높지만 암이 진행한 경우 항암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환자의 전신 상태가 수술을 견딜 수 없을 때 차선책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항암치료는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고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초기 항암제는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는 과정에 작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이런 세포독성 항암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증식이 빠른 정상 세포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탈모나 구토·설사·백혈구 감소증 등의 부작용이 동반된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사용하는 항암제는 이런 부작용이 없고 환자의 생존을 수년간 연장시킬 뿐 아니라 드물게 완치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암의 발생기전 및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됐다. 표적항암제는 과거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암 치료에 대한 반응률도 높다. 생존기간 연장 효과도 증가됐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국산 3세대 표적항암제는 기존 1·2세대 표적항암제를 사용한 뒤 돌연변이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꽤 좋다. 표적이 없는 폐암의 경우 면역세포의 암세포에 대한 면역력을 북돋아서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항암제도 개발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암에 대한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암 치료에도 통합진료의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획일화된 치료보다는 통합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의사들이 모여 협진을 통해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암에 대한 분자 유전학적 이해가 증진되면서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미리 검사할 수도 있다. 폐암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 덕분에 2000년 16%였던 폐암의 5년 생존율은 최근 35%로 약 2배 높아졌다. 새로운 치료 옵션을 통해 일부 환자는 몇 년 이상 질병 진행을 막기도 하고 완치되기도 한다. 그러니 폐암을 진단 받았을지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포기하지 않고 주치의와 최선책을 찾는다면 폐암 치료도 더 이상 절망이 아닌 희망의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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