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려견 등록 철저히 하면 유기견 안락사 사라질것"

[지구용 리포트]

◆펫샵 그늘 속 '번식견'의 눈물

-'동물복지대상' 한병진 수의사

사진 설명사진 설명




돈 되는 동물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늘리는 곳이 펫 시장이라면 유기동물 문제는 어떻게든 숫자를 줄이려는 싸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3만 마리의 유기 반려동물이 발생한다.



지난해 11월 국회 동물복지포럼이 주관하는 제3회 동물복지대상을 수상한 한병진(사진) 수의사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영국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보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안락사는 언제 하는지 물었더니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기다리면 반려인이 되찾아가는데 왜 안락사를 시키냐면서요.” 유기동물보호소의 동물 46%가 자연사하거나 보호 기간을 넘겨 안락사를 당하는 한국에서는 거의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이야기다.



영국의 유기동물들이 금방 반려 가정으로 되돌아가는 비결은 철저한 등록제다. 영국의 반려견 등록률은 지난 2017년 이미 94%에 달했다. 목 뒤에 삽입된 마이크로칩 덕분에 반려견을 잃어버리거나 유기한다 해도 대부분 반려인을 찾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려견 등록률이 38.6%(2020년 기준)에 그치는 데다 일부러 유기하는 사례도 많다 보니 전국의 보호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유기동물이 발생한다. 안락사가 횡행하는 이유다. 한 수의사는 “지금 동물 보호·관리에 쓰는 예산의 10%만 동물 등록·단속에 쓰면 유기동물 안락사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오는 2024년까지 국내 반려동물 등록률을 7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늘어나는 유기견은 여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한 수의사와 경기도수의사회 동물사랑봉사단 동료들은 중성화 수술 봉사로 최소한 개체수 증가라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비참한 환경에서 죽는 강아지들도 많고 살아남는다 한들 또 새끼를 낳아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암컷 1마리는 1년에 8마리가량 새끼를 낳는다. 한 수의사는 “1마리를 중성화하면 30마리를 입양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동물복지상을 수상하고도 ‘동물복지’라는 단어에 일종의 죄책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한 수의사는 “동물들이 어떻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복지’가 맞겠지만 우리나라는 개고기 도살장, 개 번식장 등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며 “전쟁터에서 누구를 살리는 것을 복지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정확히는 동물학대방지상·유기동물감소상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고 말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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