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은 육류와 생선 그리고 계란과 우유를 먹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죠. 요즘들어서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동물권과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그 의미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모피나 가죽 등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이나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은 이미 익숙한 표현이 됐죠. 그런데 혹시 ‘비건 술’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에디터는 얼마 전에야 처음 비건 술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요. 처음엔 술에 무슨 비건-논비건 구분이 있나 했는데… 있더라고요! 저와 마찬가지로 비건 술이 생소하실 분들에게 비건 술의 정의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건 술을 소개해드릴게요.
채식 주당 여러분들 안심하세요. 대부분의 술은 비건입니다!
술의 주원료는 대부분 식물성입니다. 와인은 포도, 막걸리는 쌀, 맥주는 보리와 홉, 소주는 곡류(요새는 카사바라는 뿌리채소를 사용하는데 이 역시 식물성)로 만들죠. 그런데도 비건/논비건을 구분하는 이유는 바로 양조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맥주와 와인 같은 발효주는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제 과정이 있는데, 이때 젤라틴이나 계란흰자, 부레풀(물살이의 공기주머니로 만든 접착제)을 쓰기도 한대요. 실제로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는 무려 256년 동안 양조 과정에 부레풀을 사용해 왔는데요. 지난 2015년 채식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부레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원료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 논비건으로 분류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꿀이나 우유가 들어간 맥주, 리큐어 등은 당연히 논비건입니다. 제품 자체는 비건이지만 회사의 경영 방식이 비건의 지향과 맞지 않는다면 논비건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산미구엘 맥주는 제품은 비건이나 투우 경기를 후원하고 있어 반 비거니즘 브랜드로 분류합니다.
카스는 비건일까? 여기에서 확인해보세요
그래서 어떤 제품이 비건이고 어떤 제품이 논비건일까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의 카스는 제조 과정에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맥주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버드와이저와 하이네켄 등 익숙한 해외 맥주들도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소주나 보드카, 데킬라 등 증류주는 거의가 비건이고요.
최근들어 일부 와인이나 맥주는 비건 인증을 받아 마크를 달고 판매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통은 비건 여부를 별도로 표기하지는 않고 있어서 개별 소비자들이 확인하는데 한계가 큽니다. 다행이 이런 정보를 제조사에 일일이 문의해서 공유해주는 고마운 사이트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이미 알고계실 ‘비건편의점’의 비건주류목록에 가면 다양한 비건 주류 제품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니보어(Barnivore)’라는 해외 사이트에서도 제품명을 입력하면 비건/논비건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답니다.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 비건펍으로!
확인 절차나 고민 없이 비건 술을 즐기고 싶다면 비건펍으로 가면 됩니다! 요새 비건 안주와 술, 칵테일을 파는 비건 펍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홍대 드렁큰비건, 광화문 뒤주르, 산본 몽가타 등이 유명하더라고요. 다음날 해장도 걱정마세요. 무려 비건 해장국집도 영업 중이거든요! 바로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제로비건’이라는 식당이에요. 얼큰한 비주얼의 채수 해장국이 대표 메뉴래요. 조만간 방문 기회가 있으면 다녀와서 후기 전할게요!
맨처음 비건 술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땐 솔직히 ‘이런 것까지 비건 여부를 따져야 하나?’라고 생각한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꼼꼼하게 따지는 용사님들이 있는 덕분에 맥주에 상상도 못한 부레풀이 사용된다는 게 알려지고, 나아가 부레풀 사용을 중지하는 업체들도 생긴걸 보니 마음을 다잡게 돼요. 지구를 사랑하는 용사님들, 지구용이 항상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