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진단키트 대란' 시인한 정부…막판 사재기만 더 키웠다 [뷰 앤 인사이트]

"수급 문제 없을 것"밝혔지만

결국 '자가진단키트 대란' 불러

내일부터 온라인 판매도 막아

일부 쇼핑몰선 막판 사재기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자가진단키트 생산량은 충분합니다. ‘마스크 대란’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코로나19 검사 체계 전환에 국내 확진자가 일일 5만 명대로 폭증하면서 ‘자가진단키트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1일 긴급하게 자가진단키트 무료 공급 확대와 13일부터 온라인 판매 금지 계획을 밝혔다. 당초 수급 문제가 없을 것이라던 정부도 ‘최고가격제’ 카드까지 들고 나오며 진단키트 대란을 자인하는 모습이다. 약 2년 전 마스크 대란 때 썼던 방법들이 재등장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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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조 현장을 보면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은 한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평소 판매가의 10배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고 약국의 매진 세례는 수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상 현상은 일찍 감지됐지만 정부는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기보다 허가 제품을 늘리고 생산 독려에 더 힘을 썼다. 이날 식약처는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의 자가검사키트 1종을 추가하며 허가 품목을 6개로 늘렸다. 오히려 사람 손이 필요해 병목현상을 만들어낸 제품 포장 과정에 대한 지원은 미진했다. 진단키트를 2개씩 소포장하는 과정만 줄였어도 출고가 더 빨랐을 것이라는 게 제조사들의 아쉬움이다. 한 자가진단키트 제조사 대표는 “제조 단계에서 공급 대란의 원인은 포장 인력 부족이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는 식약처에 도움을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마스크 대란 때 공무원이나 군인을 동원했다가 좋지 않았던 여론에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 월 최대 생산능력은 에스디바이오센서 4억 개, 래피젠 1억 개, 휴마시스(205470) 5000만 개, 수젠텍 4000만 개 등이지만 포장 인원 부족으로 최대치를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대책도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온라인 판매를 막고 약국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유통 채널을 좁히는 가운데 오히려 가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다. 진단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와 달리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양한 판로로 충분히 유통되면 가격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3일 온라인 판매 중단을 앞두고 현재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마지막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이번 대책에 구체적인 자가진단키트의 판매처, 유통 경로, 최고 판매 가격 수준 등은 빠져 있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선별진료소 등에 자가진단키트 공급가는 개당 2000원 남짓으로 알려져 있으며 약국에서는 3000~4000원에 판매돼왔다. 마스크도 공적 마스크 가격이 1500원이었지만 현재는 200~300원 수준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중단으로 매점매석을 막고 인원당 판매량을 제한하려는 포석으로 보이는데 정부 발표대로 마스크와 달리 진단키트를 편의점에서도 팔게 되면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라면서 “제조 현장에서 포장을 덜하고 유통하면 반대로 약국에서 마스크 때처럼 재포장이 필요하게 되는 등 최종적으로 수급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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