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역외 보조금 규제 법안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기업들이 지나친 규제로 경영 부담이 커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냈다.
한국무역협회는 EU의 역외 보조금 규제 도입과 관련해 외국 기업단체들과 공동으로 업계의 우려를 담은 성명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성명에는 유럽한국기업연합회(사무국 무역협회 브뤼셀지부)를 비롯해 주요 유럽 투자국인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기업단체와 업종단체가 참여했다.
EU의 역외 보조금 규제 법안(regulation proposal)은 해외에서 보조금 수혜를 입은 외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게 골자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5월 해당 법안의 초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친 뒤 현재 유럽의회·이사회와 법안 수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안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유럽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공공조달에 참여하려면 최근 3년간 역외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은 보조금 내역을 신고하고 EU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신고하지 않았을 때는 매출액의 1∼10%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특히 법안의 직권조사 조항에서는 외국기업이 인수·합병 및 정부조달에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조금 혜택을 받음으로 인해 경쟁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EU 당국이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무협은 공동 성명서에서 △법안 내 주요 개념의 불명확성 △여러 정부 기관의 중복적이며 무리한 조사자료 요구 △광범위한 직권 조사 권한 △과도한 조사 기간 △판정에 대한 항소 절차 미비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 리스크와 행정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 M&A 지체와 공공조달 참여기업에 대한 불이익 등이 예상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무협은 EU 집행위가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던 지난해 7월에도 우리 기업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조빛나 무협 브뤼셀지부장은 “외국 기업들의 반복적인 이의 제기로 EU 정책당국에서도 한발 물러서 규제 수준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특히 최근 해당 법안을 주도하는 유럽 의회의 주요 인사가 글로벌 다자간 시스템이 발족되면 법안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