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신변 보호(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 개선책으로 제시한 스마트워치 확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를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산업계 공급망 마비가 장기화되면서 장비 제작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서는 여전히 스마트워치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안에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6300대의 공급과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의 도입 시기를 기약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제주에서 스마트워치 재고 부족으로 스토킹 피해 가족 중 기기를 지급받지 못한 중학생 아들이 살해당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두 차례나 스마트워치를 작동시켰는데도 위치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의 범죄 현장 초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지난해 말 스마트워치를 기존 3700대에서 1만 대로 늘리고, AI CCTV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치 추적 성능을 높인 스마트워치 6300대를 연내 공급하고 녹화만 가능했던 기존 CCTV를 개선해 주변 배회, 침입 시도까지 감지·경고하는 AI CCTV로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신변 보호 장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출입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스마트워치 핵심인 통신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수입이 차단되고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부품이 수십, 수백 가지인데 해외에서 들여오는 게 대부분”이라며 “당장이라도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싶지만 협력 업체에서 코로나 때문에 외국산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경찰에 스마트워치를 공급하고 있으며 여러 협력 업체들이 제조 과정에 참여한다.
스토킹 범죄와 피해자의 신변 보호 요청이 많아지면서 피해자의 스마트워치 지급 요청도 계속 늘고 있다. 스토킹 신고는 2018년 2772건에서 2021년 1만 4509건으로 5.2배 급증했고, 2016년 4912건이었던 신변 보호 건수도 지난해 2만 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재고가 부족해 일선 경찰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여성청소년과장은 “스마트워치가 부족하면 옆 동네 경찰서에 가서 빌려 오는 상황인데 언제 추가 보급되는지 알 수 없다”며 “피해자가 기기를 분실했을 경우 회수 절차를 규정한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