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中 옆에서 600년 독립 지킨 한민족의 힘

■책꽂이-제국과 의로운 민족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너머북스 펴냄





역사적으로 중국의 주변국들은 모두 중국으로 흡수됐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티베트와 신강(신장 위구르), 내몽골(네이멍구)도 제국의 일부가 되어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간신히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영토와 접하면서도 흡수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땅이 바로 한반도다. 그렇다면 600년 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한반도가 제국 바깥에서 독자적인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냉전사의 대가 오드 아르네 베스타 미국 예일대 사학과 교수는 책 '제국과 의로운 민족'에서 한반도만의 독특한 민족 정체성과 의로움으로 공동체를 묶어내는 기치를 그 이유로 꼽는다. 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이 기초가 된 이 책은 제국, 민족, 의로움을 핵심 개념을 앞세워 오랫동안 중국이라는 제국 옆에서 사대(事大)를 통해 독립을 지켜낸 한반도와 양국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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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한국은 중국에 비해 '의로운 민족'으로 묘사된다. 한국인이 특별히 더 의롭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관통하는 연결고리가 의로움을 포함한 유교사상이라는 의미다. 의로움이 국가이자 민족, 공동체를 묶어내는 가치가 됐다는 점이 다른 동아시아 유교 국가와는 다른 한반도 만의 독특한 민족 정체성 형성의 토대가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책은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경험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 시기 조선에서는 중국, 일본과 구분되는 민족적 정체성이 강하게 발현되는데, 19세기 들어 유럽인들이 '네이션(Nation)'이라 부른 것과 유사한 민족 혹은 국가가 조선에서는 16세기 말에 이미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이후에도 민족이란 기치는 1590년대 일본 침략과 17세기 만주족 침략, 나아가 20세기 후반의 여러 정치적 대변동 속에서도 소환됐다고 책은 설명한다.

한반도가 중국 제국에서 독립된 형태로 유지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지식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엘리트들은 중국이 스스로를 아는 것보다 제국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였다. 사신을 해 관계를 유지하고, 그곳에서 논의된 사안, 첩보 등을 조정에 보고해 중국에서 새 제안이 올 때마다 대응 방안을 세웠다. 이것이 명이든 청 제국이든 조선을 모범적인 동맹국으로 볼 수 밖에 없던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한국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만 매몰되어 있는 우리에게 '한반도는 중국에게 무엇인가'라는 낯선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의 태도와 경험이 오랜 시간 중국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조선은 중국을 오래도록 제국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존재였다고 책은 주장한다. 2만 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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