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물리학과 미술은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줬나

■빛이 매혹이 될 때

서민아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물리학과 미술,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이 둘을 ‘동반자’의 관계로 바라보며 두 영역이 ‘빛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았다.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면서 휴일에는 그림을 그리는 저자가 광학부터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에 이르는 물리학 주요 개념을 터너, 모네, 피카소 등 빛을 자기 방식으로 재현한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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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물리학과 미술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예컨대 신인상주의 화가인 조르주 피에르 쇠라가 즐겨 쓴 점묘법은 화학자 미셸 슈브뢸이 소개한 ‘병치 혼합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병치 혼합은 특정 색이 인접한 색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현상으로, 흰색과 검은색 격자 무늬를 멀리서 보면 회색으로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쇠라의 작품 중에는 가로 3m 길이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 많은데, 이는 관람객이 병치 혼합을 경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그림을 감상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적외선과 엑스선을 동원해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숨은 명작이 발견되기도 했다. 2008년 적외선 촬영으로 들여다 본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파란 방’에서는 눈에 보이는 그림 아래로 수염 있는 남자의 초상화가 드러났다. 젊은 시절 가난했던 피카소가 캔버스를 재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과학자든 미술가든 자연에서 주어지는 빛에만 만족하며 머무르지 않고 빛을 좇으며 빛을 이용하고 한편으로 빛을 만들어 낸다”며 “과학의 발견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과학과 화해하기 위해 더 많이 애쓰거나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1만 75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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