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통신사 공방에… 할당논의 차기정부로 미룬 과기부

임장관, 통신3사 CEO와 '빈손회동'

의견 청취후 "종합적 검토" 원론만

경매 일정·방식 등 차기정부로 넘겨

"정부 복지부동에 국민만 피해" 지적

과기부-통신3사 주파수 추가 할당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연합뉴스과기부-통신3사 주파수 추가 할당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연합뉴스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권 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신정책 결정을 사실상 차기 정부로 미룬 것이다. 이에 따라 정권 말기에 민감한 문제를 괜히 건드려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주파수 할당안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임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통신 3사 의견을 청취한 후 “각사가 요청한 수요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할당 방향과 일정을 조속한 시일 내에 제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올 초부터 통신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주파수 할당 경매와 관련해 정부와 업계가 직접 만나는 만큼 최소한 방향성이라도 잡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럴 거였으면 왜 바쁜 CEO들을 불러놓고 시간만 낭비하나”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주파수 경매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미뤘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SK텔레콤(017670)KT(030200)의 요청이 더해지며 당초 생각보다 변수가 많이 생긴만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졌다”며 “주파수 할당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섣불리 특정한 시한을 제시하기보다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032640)만 요구했던 주파수 경매에 SK텔레콤도 추가 할당 경매를 요구한데다, 구현모 KT 대표가 이날 SK텔레콤이 요청한 주파수 대역에 대한 경매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사안이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경매 요구는 이번 간담회 이전에 발생해 이미 논란이 됐던 사안이고, KT의 경매 참여 의사는 주파수 할당 경매 일정에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간담회가 열린 목적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가 됐던 사안을 결정을 미룬 이유로 설명하는 정부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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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경매 일정 뿐만 아니라 방식도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LG유플러스가 요청한 하단 20㎒ 대역은 이달 중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상단 20㎒ 2개 대역과 LG유플러스가 요청한 주파수를 함께 경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과기정통부는 경매 방식에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며 원래 이달로 예정했던 20㎒ 경매는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최 국장은 “2월 경매는 공고 일정상 쉽지 않다”며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시장참여자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의견을 모아 통신정책을 펴야 할 과기정통부가 ‘직무유기’를 함에 따라 국민들의 불편만 이어지게 됐다. 추가 주파수 할당 경매가 진행돼 통신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5G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질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각자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할 일이고, 정부는 이를 중재해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며 “장관과 3사 대표가 만났는데도 통 큰 결단은 커녕 단순한 ‘의견 청취’만 하고 헤어진 셈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통신 3사 CEO들의 반응은 각 사 이익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많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경쟁사 입장과 취지에 공감하지만 지난 2013년 LTE 주파수 경매 당시 KT가 할당 조건을 받은 선례가 있듯,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주파수 경매에서 ‘추가 조건’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국민 편익 관점에서 의사결정이 조속히 내려져야 하는데 다른 논리로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난해 7월 신청 서류를 접수한 하단 20㎒ 대역과 뒤늦게 제기된 3.7㎓ 주파수를 함께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구현모(왼쪽부터) KT 대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17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구현모(왼쪽부터) KT 대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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