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오철수칼럼] 친노동이 친경제라고?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대통령 선거일 10여일 앞 다가오자

노동이사제 확대·주4일 근무제 등

노동계 표 의식한 선심성 공약 난무

勞에 편향된 정책 궤도수정 없으면

경제살리기 공약은 립서비스일뿐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도 연일 유세 현장을 누비면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후보들이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공약이 대표적이다. 여야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내놓는 공약들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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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부산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세부 공약을 들여다보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죽이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공약들이 한둘이 아니다. 노동 공약만 해도 이 후보는 “친노동이 친경제이고,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산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노동이사제의 민간 부문 확대와 주 4.5일 근무제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활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친노동 정책의 복사판이다. 지난 5년간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개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였고 고용 형태에서는 정규직 확대에만 매달렸다. 노동 현장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는 방관하면서도 파업 시 대체근로를 비롯한 기업들의 대응 수단 마련은 외면했다.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개혁은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그러면서 기업인을 범법자로 내몰 여지가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어이 강행했다. 산업 현장 마다 “노조 편향적인 정책 때문에 기업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 같은 친노동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성과는 없고 일자리 말살만 초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팀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 주에 40시간 이상 일한 전일제 근로자는 2651만 2000명으로 2017년보다 209만 2000명(7.3%)이 줄었다. 주목할 부분은 사회의 허리층이라 할 수 있는 30~40대의 감소 폭이 유독 크다는 점이다. 4년 동안 30대와 40대의 전일제 근로자 수 감소율은 각각 13.5%, 14.7%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통계청은 한 주에 1시간만 일한 사람도 고용 통계에 포함시켜 지난 4년 동안 취업자 수가 54만 8000명(2.1%) 늘었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좌파 정부가 친노동을 외치는 것은 노동자는 약자라는 수십년 전의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물론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노조가 약자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노조의 힘이 기업보다 훨씬 센 상황이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만 하더라도 명백한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나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노조의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 택배 대리점주의 유가족이 “국가는 어디 있냐”며 절규했겠는가. 이런 ‘노조공화국’ 상태에서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우려스러운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마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이다. 기업들은 수요 위축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이것 없이 그저 노동계의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 돼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고집하면 경제 주름살만 더 늘릴 뿐이다.


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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