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 시험 일정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임상 진행국에서 배재했거나 제외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나파벨탄’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종근당(185750)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추이를 모니터링 중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설령 임상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임상 계획을 변경, 다른 국가에서 전체 환자 수를 채워 임상을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임상의 경우 몇 개국 이상에서 몇 명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등의 정해진 기준은 없다. 해외 각국의 규제 기관과 협의 하에 임상 설계를 변경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최대 12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몇 개국 이상에서 해야 한다는 일정한 룰은 없다”며 “설계 상 포함된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힘들어지면 규제 당국과 협의해 진행국을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은 해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임상 참여자를 모집하기 쉬운 국가에 분류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글로벌 임상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로 분류돼 있어 유럽연합(EU) 경제권의 각종 제도를 활용해 유럽 국가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을 수도 있다.
다만 종근당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임상 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소 바이오 업체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우크라이나 임상 업체의 적극적 홍보로 K바이오는 해당 지역 임상을 늘려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벨류 체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사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