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급성중독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 발생 사고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적용할지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고용부는 18일 경남 창원시 소재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 업체인 두성산업에 부산노동청과 창원지청 근로감독관 2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최근 제품 세척 공정 과정에서 트리클로로메탄이 누출돼 급성중독자 16명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작업자들은 기준치(검사 기준 8ppm) 대비 6배 이상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으로 처벌하는 중대 산업재해에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뿐만 아니라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고용부는 최초 한 근로자의 급성중독 증세를 확인한 10일부터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두성산업은 추가로 작업 중지를 비롯해 작업 환경 측정, 보건진단 명령 등 행정 조치를 받았다. 보건진단 결과 대상자 71명 가운데 16명이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현재 두성산업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고용부는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두성산업 경영진이 트리클로로메탄의 독성 여부를 인지했는지, 또 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 등이 수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업 환경 개선을 소홀히 한 사업주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색의 휘발성 액체인 트리클로로메탄은 간을 손상시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두성산업은 지난해10월부터 트리클로로메탄 세척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성산업 측은 이 세척제의 독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폭발 사고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여천NC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하면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강제 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고용부는 여천NCC 공장장을 산안법 위반 혐의로, 또 여천NCC의 공동 대표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11일에는 여천NCC 현장 사무소와 협력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 이 밖에도 지난달 29일 토사 붕괴 사고를 일으킨 삼표산업과 이달 8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던 작업자가 추락하는 등 사고가 발생한 요진건설산업 등도 고용부 공식 수사 선상에 올랐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사를 받는 사고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