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원전에 의지하는 탈원전.. 文 정부의 ‘형용모순’

올 1월 원전 이용률 4년만에 33%p↑

LNG 가격 급등에 원전 '풀가동'

석탄발전 늘리며 '탄소중립'은 뒷전

탈원전에 따른 5년간 비용만 수십조





에너지 쇼크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하며 지난달 원전 이용률이 4년 전 대비 33%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지난 1월 LNG 수입 가격은 전달 대비 27%나 오른 톤당 1136.7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또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1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 이용률은 89.4%로 4년 전 1월 이용률(56.2%) 대비 33.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동절기 전기 수요가 늘어난 지난해 12월의 91.8%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월간 기준 두 번째로 높습니다. LNG 가격 급등으로 전체 전기 생산 비중도 지난달 원전이 29.8%로 LNG보다 0.7%포인트 높습니다. 원자력은 LNG발전 단가의 3분의 1, 석탄발전 단가의 2분의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달 기준 1㎾h당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61원 50전으로 LNG(206원 20전)는 물론 석탄(135원 50전), 석유(215원 50전), 연료전지(151원 20전)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습니다.

안전 강조하더니 에너지위기에 원전이용률↑ 원안위의 ‘고무줄 잣대’



원전 이용률은 사실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원전은 1년 6개월가량 가동된 후 3개월가량 안전 점검을 받기 때문에 원전 이용률은 연 평균 80% 중반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2014년과 2015년 연간 원전 이용률은 85.0%와 85.3%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원전 이용률은 71.2%(1월 73%)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65.9%(1월 56.2%)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9년부터 연료비 상승으로 이용률이 다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80%를 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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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용률 추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친환경 인사들이 원안위에 대거 참여하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원전 정비 기간을 이전 정부 대비 몇 배나 늘렸기 때문입니다.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여름 전력 수급 비상 대책으로 원전 조기 가동을 지시하자 점검 중이던 원전 3개가 갑자기 투입돼 원안위의 안전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전 업계에서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원전의 경제성을 일부러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합니다.

정부는 LNG 가격 급등에 석탄발전량까지 늘리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언했던 ‘탄소 중립’까지 뒷전인 모습입니다. 실제 지난달 석탄발전량은 1만 7756GWh로 전년 동기의 1만 6740GWh 대비 늘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전체 53기의 석탄발전소 중 8~16기의 가동을 중지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석탄발전량은 관련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1월(1만 5289GWh) 대비 오히려 증가한 셈입니다. 반면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력 거래액은 전년(4조 5893억 원) 대비 53% 급등한 7조 56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연료비 급등에 탄소 중립이라는 미래 목표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발전의 경제성이 우선시된 셈”이라며 “탈원전과 탄소 중립을 동시에 추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올겨울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6년전 계획안과 비교시.. 사라진 5GW 원전설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앞서 한 토론회에 참석해 2017년부터 5년간 탈원전에 따른 직접 손실액이 10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심 교수는 “2017년부터 5년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1.5%로 2012년부터 5년간의 평균 이용률인 81.6%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아졌으며 이 같은 원전의 빈자리를 값비싼 LNG가 대체했다”며 “원전 이용률을 5년간 80%로 유지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5년간 총손실액만 10조 2000억 원”이라고 당시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이전 정부 시절에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경우 LNG 의존도를 더욱 낮출 수 있었다는 점에서 탈원전에 따른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집니다. 당시 계획안에 따르면 신한울 1호기(1.4GW), 신한울 2호기(1.4GW), 신고리 5호기(1.4GW)에 현 정부 들어 가동이 중단된 월성 1호기의 설비 용량까지 더할 경우 국내 원전 설비는 2021년 기준 28.15GW가 돼야 하지만 실제 용량은 23.25GW에 불과합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겨울철 적설 및 일조량 감소 등으로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전력 수급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LNG 가격 급등 같은 이슈 때문에 탈원전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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