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의 20대’는 차별을 바라는 일부 ‘이대남’의 목소리가 극우 포퓰리스트나 이른바 ‘사이버 렉카’ 등에 의해 만들어져 억지로 증폭된 방어기제에 불과하니, 이를 수용하고 들어봐야 아무 이득이 없다는 추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의도로 쓴 책이예요. 이대남, 특히 증폭된 ‘이대남’ 목소리에 눈치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대놓고 꼰대가 되는 게 낫다 싶어요”
‘20대 현상’, 지금 가장 사회문화적으로 뜨거운 화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나온 ‘급진의 20대’(서해문집 펴냄)는 이 현상에 대한 20대 당사자의 분석 시도로 눈길을 끄는데, 저자인 미디어문화연구자 김내훈씨는 만 30세가 된 올 초 이 책을 냈다. 하지만 최근 일산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김씨는 책에 대해 뜻밖에도 “대단한 의지나 계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원 수업의 기말과제였던 집단심층면접(FGI) 성격의 인터뷰를 주변 20대 친구들에게 한 게 시작이었다. 결과를 보니 대상과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싶었고, 논문에 이어 단행본으로도 나왔다.
그는 책에서 20대에 대해 보수화라기보다 독특한 포퓰리즘적 성격을 띤 과격화의 성격을 띠며, 그들이 중요한 가치로 주장하는 ‘공정’이 실은 내용 없는 텅 빈 기표란 분석을 편다. 그리고 앞으로 정치·경제·기후·인구 등 위기를 맞닥뜨릴 20대를 ‘위태로운 세대’로 부르며, 작은 차이·갈등은 접어두고 위기 앞에서 결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20대는 죄가 없으니 비판하지 말라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더 나쁜 놈들은 ‘사이버 렉카’, 그리고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공정’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20대를 선동하는데 갖다 쓰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현상’을 포퓰리즘적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우리편’을 결집한 후 나머지를 배제하는 포퓰리즘의 핵심과 20대 현상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지금 20대는 ‘부모보다 가난할 세대’라 불안감이 극도로 높지만, 이를 채워주고 맘 둘 만한 사상적 헤게모니는 없다. 이에 대한 방어기제가 ‘결집’과 ‘배제’라는 포퓰리즘적 방법론 하에 과격화된 상태로 불거졌고, 이게 그가 짚는 ‘20대 현상’의 본질이다. 그는 책 속의 포퓰리즘은 “바닥에서 올라온 유무형의 사회운동으로서 성격의 ‘아래로부터의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20대 젠더 갈등이 페미니즘은 ‘불공정’이라는 남성과 그렇지 않다는 여성 간 국지적 갈등이라 보는 분석도 상당히 독특하다. 심층인터뷰 속 20대 남녀는 ‘안티페미니즘’ 문제를 제외한 난민·공정 등 여러 사안에서 대동소이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의 안티페미니즘은 그저 ‘페미니즘’ 딱지가 붙은 표상에만 반대하고 싶을 뿐이라며 “성평등에 반대하기 때문에 안티페미니즘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밝혔다. 다만 그러다 보니 체계 없이 마구잡이다. 김씨는 지금의 이대남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려 할 뿐 적절한 대안을 못 내는 게 미국 대안우파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에서도 대안우파와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젊은 진보주의자의 공통점이 없지 않았던 만큼, 한국서도 그런 식의 접근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 속 20대 사이버 렉카들의 행동은 ‘위태로운 세대’의 ‘먹고사니즘’으로 용납할 수 있을까. 김씨의 대답은 단호했다. “도둑질한 사람에게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랬지’ 하고 봐줄 수 없듯, 혐오로 장사하는 사람은 규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