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후임 총재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긴축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만큼 차기 총재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20일 한은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후임 총재 후보군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이재명·윤석열 캠프에서도 각각 후보군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법상 총재 연임은 한 번만 가능해 이 총재는 3월 31일을 끝으로 물러난다.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 달 초까지 지명해야 4월 1일 이후 통화정책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3월 3일,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2일 각각 지명을 마쳤다.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대선 이전에 지명을 강행할지 여부다. 또 대선 이후 당선인과 논의해 결정하는 선택지도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이전에 지명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차기 총재는 다음 정권에서 임기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에 당선인과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 정부에서 늦지 않게 후보자를 낼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다만 ‘알박기’ 논란을 피하면서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현 정부의 색채를 띠지 않으면서 전문성과 중립성을 모두 갖춘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이 총재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도 크다.
하마평에는 이승헌 부총재, 윤면식 전 부총재,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총재는 이 총재를 포함해 조직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윤 전 부총재는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울 뿐 아니라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신 국장은 국제 활동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전·현직 금통위원이나 각 캠프 소속 경제학자들도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 금통위 의장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내부 경영은 이 부총재가 각각 대행을 맡는다. 인선 작업이 늦어질 경우 4월 14일이나 5월 26일 금통위 회의에서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나 물가 상승세 등을 봤을 때 통화정책에 손 놓고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