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택치료 45만 명에 연이은 사망자 발생…구멍 뚫린 ‘셀프방역’

확진자 사흘째 10만명대…2주만에 위중증·사망 등 주요 방역지표도 악화일로

재택환자도 더블링하며 관리 한계 봉착…재택치료 중 50대 男 숨진째 발견

코로나확진 7개월 남아 병원 이송 도중 심정지 사망


코로나19 확진자가 사흘 연속 10만 명대를 기록 중인 가운데 재택치료 현장 곳곳에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새 재택치료 체계를 적용한 지 2주도 채 되기 전에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재택환자가 매주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으로 45만 명을 돌파하자 관리에 한계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위중증·사망자 등 핵심 방역 지표도 급격히 악화하며 의료 인프라에 대한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

20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택에서 홀로 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확진 판정을 받자 가족을 별도 장소로 보내고 자가격리 중이던 이 남성은 재택치료 관리군 분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확진 당일 보건소에서 기초 역학조사 등을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며 “재택치료로 배정되기 전이므로 재택치료 단계의 사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부모와 함께 격리 중이던 생후 7개월 남아가 병원 이송 도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앞서 15일에는 자가격리 중 찜질방에 간 70대 확진자가 숨지기도 했다. 위치 추적 시스템에 기반한 격리 관리가 폐지돼 격리 공간을 무단이탈해도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치료 환자 수가 일주일 간격으로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면서 환자 치료와 격리 관리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 환자 수는 45만 493명으로 일주일 전(21만 48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6일 12만 8716명과 비교하면 2주 만에 3.5배다. 환자가 빠르게 늘다 보니 곳곳에서 재택치료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남성 사례처럼 혼자 격리된 확진자들이 문제다. 심각한 건강 이상이 발생해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의료기관에 연락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보건소 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방역 수칙을 잘 모른 채 재택치료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역학조사가 자기 기입식으로 바뀌면서 밀접 접촉자에 대한 조사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격리 중인 마포구의 한 시민은 “문의하고 싶어도 연락이 닿지 않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며 “아무리 일반관리군이라고 해도 언제 증상이 악화될지 모르는데 재택 격리로 방치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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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를 관리하는 동네 병·의원이 18일 기준 6055곳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 최고위급 관계자도 이를 인정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18일 0시 격리 해제된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택치료자들의 불만 등을 더욱 생각하게 됐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최대한 빠른 시기에 확진 통보를 받고, 통보 후 지체 없이 환자 분류 안내 및 이에 따른 행동 요령 등 주요 정보를 안내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제2차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9월 신설된 자리로 보건 업무를 담당한다.

주말에도 확진자가 연일 10만 명을 넘어서며 위중증·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월 첫째 주(1월 30일~2월 5일) 272명이던 주별 일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둘째 주(6~12일)에 275명으로 늘었고 셋째 주(13∼19일)인 지난주에는 343명이 됐다. 일평균 사망자는 2월 첫째 주 21명에서 셋째 주 44명으로 2주 만에 2배로 늘었다. 전체 확진자 수 증가가 2~3주가량 늦게 반영되며 위중증 및 사망자 수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 비중이 지난주 11.4%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위중증 환자는 물론 사망자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단계적 일상 회복 직후 위중증 환자가 의료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며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인 60대 비중을 고려할 때 실제 확진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중증 병상 가동률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대응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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