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원료의약품 자급률 16% 그쳐…'K팜' 구축 위한 메가펀드 시급"

[K바이오 리더에게 듣는다]

코로나로 제약주권 중요성 커져…공급망 안전 위한 투자 절실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 위해 대통령 직속 '혁신위' 설치 건의

팬데믹 거치며 제약 잠재력 커져…정부 R&D 투자 더 늘려야

[K-바이오리더에게 듣는다]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오승현 기자[K-바이오리더에게 듣는다]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오승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보건의료 체계가 대변혁기를 맞이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수 의약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원희목(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21일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를 맞아 “백신을 뛰어 넘어 필수 의약품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회장은 "과거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0%~30%를 유지했던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019년 16.2%까지 떨어졌다"며 "어느 때보다 백신·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지금이 인프라 조성에 투자할 최적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수 의약품을 어렵게 해외에서 사오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해 선순환하는 'K팜(Korea-Pharm)'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를 꼽았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과 규제를 속도감있게 풀어줄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력 문제를 들어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보건 의료 규제 기관은 신약 개발을 위한 심사 인력만 8051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28명으로 3%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워낙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규제를 통한 산업 육성을 가이드할 여력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부처 간 줄다리기로 인력 확대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이어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면 식약처 인력문제처럼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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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민관협동 메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아직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연구개발비는 1조4000억 원 규모로 글로벌 10대 제약사의 82조 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미국 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에 수조 원 투자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내고, 벨기에가 국가 R&D 예산의 40%를 제약바이오에 투입해 내수(14조 원)의 4배에 달하는 52조 원대 의약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우리도 정부 주도로 R&D 투자금의 풀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1,477개로 3년 만에 2.6배가 늘어났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은 세계 2위권으로 이미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며 "지금 이 시기에 5조 원 이상 규모의 민관협동 메가펀드를 조성해 후기 단계 임상을 지원한다면 'K팜'은 곧바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올해 회원사들 간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독자적으로 신약개발을 하는 것 보다 여러 기업이 각각의 장점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 회장은 협회의 특성을 살려 기업들을 서로 엮어주는 역할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동연구,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도록 ‘드럭 디스커버리 라이브러리 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바이오헬스분야 전문 기술가치 평가시스템도 만들어 신뢰성을 확보한 후 ‘바이오헬스 특화 기술거래소’ 출범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라젠 사태’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는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비즈니스"라며 "시장에 객관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기업의 자세는 물론 시스템도 반드시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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