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건희 추가 의혹""李 대장통 몸통"…더 격해진 '진흙탕 대선'

與 "도이치 주가조작 탓 尹 낙선"

장모 의혹까지 꺼내며 총공세

국힘은 김문기 유족과 기자회견

"李와 친분 증거들 쏟아져" 맞불

"비전 없어 득표깎기 혈안" 지적

서영교(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백혜련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씨 주가조작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영교(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백혜련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씨 주가조작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14일 앞둔 23일 거대 양당이 일제히 ‘네거티브(음해성 선전)’ 맞불을 놓았다. 양당 모두 기존 의혹에 더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판을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뚜렷한 대표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지 못해 추가 득표에 한계를 느끼자 상대방을 깎아내려서 이기는 감표 전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의 스피커를 모두 동원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일가의 의혹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본부장 회의에서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씨가 개입한 정황과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단언컨대 윤 후보는 김 씨의 주가조작 때문에 낙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몇몇 매체가 김 씨의 증권사 계좌를 분석해 추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자 민주당이 즉각 검증 요구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 주가조작 거래 내역이 명확히 특정된 이상 검찰 소환 조사를 더 이상 연기하지 말고 당장 검찰에 출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영교 의원 등은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수사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TF는 또 윤 후보의 장모 의혹까지 꺼내 들었다. 장모 최 모 씨가 연루된 저축은행 사건이다. TF는 최 씨가 지난 2013년 10월 신안저축은행에서 48억 원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았고 검찰이 윤 후보의 영향력 탓에 저축은행 박 모 전 대표를 ‘봐주기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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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윤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 씨 누나는 천화동인 3호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3개월 만에 윤 후보 부친의 연희동 집을 매입한다. 참 기가 막힌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윤 후보가 ‘우연의 일치다. 몰랐다’고 발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누군가에 의해 밝혀지기 전에 스스로 밝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기자회견으로 맞받았다.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은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가족을 대동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이다. 민간 업체인 화천대유에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을 몰아준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그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세 차례나 넣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21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후보는 김 전 처장에 대해 당시 “하위 직원이기 때문에 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유족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에 김 전 처장이 한국에 있는 딸에게 보낸 영상 편지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김 전 처장은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고 말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 후보였다. 권 의원은 “대장동 사건 몸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구속과 죽음으로 꼬리만 잘리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은 결국 특검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양당이 제기한 의혹이 기존 사건의 재탕, 심지어 삼탕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약속이나 한 듯 스피커를 틀고 다시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선거를 코앞에 둔 양당이 ‘차악(次惡)’ 대선을 조장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두 후보 모두 비전 제시에 실패했고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가 상대편으로 못 가게 해야 이기는 승리 공식이 만들어졌다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누가 더 나쁜 후보인지 가려내자는 선거가 된 것”이라며 “규명되지 않은 사실들을 주장하며 대선 때까지 공방을 이어가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 유족’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도중 고 김문기처장의 장남(오른쪽두번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 유족’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도중 고 김문기처장의 장남(오른쪽두번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2015년 1월 뉴질랜드 출장 당시 손을 잡고 나무를 안은 채 찍은 사진. /사진 제공=김 전 처장 유족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2015년 1월 뉴질랜드 출장 당시 손을 잡고 나무를 안은 채 찍은 사진. /사진 제공=김 전 처장 유족


구경우 기자·주재현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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