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돼 현실적으로 근로 제공이 어려운 노동자를 휴직시키는 회사 인사 규정이 있다면 노동자가 재판 중에라도 석방됐을 경우 복직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노동자 A씨가 국내 한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병원 측의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노조 분회장인 A씨는 다른 직원과 마찰을 빚다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돼 2017년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경된 처벌이 확정됐다.
병원은 A씨가 2017년 2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내부 인사규정에 따라 휴직 처리했는데, 구속 2개월 뒤 보석으로 석방된 A씨는 복직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항소심 판결 이후인 같은 해 10월 복직한 A씨는 “4월부터 근로를 제공할 수 있게 돼 휴직 사유가 소멸했음에도 병원이 복직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4∼9월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A씨와 함께 파업에 나섰다가 기소유예나 벌금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노조원 5명도 참여했다.
1심은 병원이 과거 노조 쟁의 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노조원 5명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함께 소송을 낸 A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병원의 인사 규정을 보면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됐을 경우 병원은 휴직을 명할 수 있는데 이때 휴직 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까지고, 구속 상태가 계속된다면 확정 판결 때까지 휴직 명령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복직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7년 2월 법정 구속으로 A씨에게 휴직 사유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4월 석방된 뒤에는 휴직 명령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석방 이후 2심이 진행 중이었으니 판결에 따라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면서도 병원 인사 규정이 ‘구속으로 인해 현실적인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 사유로 정하고 있는 이상 이미 석방된 사람의 복직 신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청구한 미지급 임금 중 구속 상태였던 2017년 2∼3월분은 당시 휴직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주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