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눈] 전기차 시대, 속도조절보단 과감한 전환 이뤄져야


“전기차 전환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사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넘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 중입니다. 초기 대응에 늦었다고 뒤처진 채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전환 속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 5대 중 1대는 친환경차였다. 수출도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7위권의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에 맞춰 정부도 2030년 무공해차 목표를 기존 385만 대에서 450만 대로 확대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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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차 드라이브’에 일부 자동차 부품 업체들 사이에선 “중소기업 중심의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2030년에도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누적 생산 능력은 30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를 넘어서는 물량은 수입을 통해 채울 수밖에 없어 결국 해외 자동차 업체의 배만 불려줄 것이란 호소다. 이는 전기차 보급 목표치를 낮추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계가 미래 대응에 뒤진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전기차 보급 목표를 올려 잡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돼왔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절반가량은 전기차 대비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결국 오랜 연구개발 기간과 투자가 요구되는 신사업 대신 곧바로 수익이 나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 구조에 안주해온 안일한 행태가 전기차 대응에 뒤떨어지는 주요 원인인 셈이다.

이미 전기차는 미래차라 부르기도 어색할 만큼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대비에 한 발 늦었다면 과감한 정책으로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국내 자동차 산업을 더욱 단단하게 지켜가는 길이기도 하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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