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즐겨 외치는 구호가 ‘경제 대통령’이다. 그는 청년 실업, 세대 갈등 확대, 양극화 심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가 저성장에 따른 ‘기회 총량의 부족’ 때문이라며 성장의 회복, 능력 있는 대통령, 경제 대통령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성장론은 전환적 공정 성장이다. 아직 개념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전환적 성장’이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 시대의 변화에 맞춘 성장론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갖춘 성장이란 의미에서 공정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약 관련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이재명 후보는 성장론의 핵심으로 재정 투자 확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양자기술 등 ‘대통령 빅 프로젝트’ 10개 분야를 선정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빅10 산업 프로젝트’ 추진 등도 밝혔지만 세부 계획이 없어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대신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 시리즈, 돌봄 국가책임제 같은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 신용 대사면 등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완전 보상, 각종 연금 수혜 확대 등 복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 회복과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며 재정 투자-성장-재정 수입 확충의 나선형 선순환 구조 창출을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6일 소상공인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었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생기느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의 경제 성장론, 경제 대통령론의 핵심이 복지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지출, 재정 투자 그리고 이를 위한 적자 재정 용인에 있음을 의미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재정 확대론을 계승한 것이다. 야당 대표 시절 “재정 건전성 마지노선인 국가 부채 비율 40%가 깨졌다”며 정부를 비판했던 문 대통령은 임기 초 “40%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재정 확대에 포문을 열었다. 그 결과 문 정부 5년 동안 국가 부채가 415조 원 이상 급증해 1075조 원을 넘어섰다. 국가 채무 비율 역시 문 정부 첫해인 2017년 36.0%이던 것이 올해 추경안 기준 50.1%로 14.1%포인트 올랐다.
부채는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국가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국가 부채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거나 돈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갚는다. 세금을 더 걷으면 국민들은 소득이 감소한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든다.
재정에는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이 있다. 넓은 공유 목초지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공유지에 자기 양들을 풀어 먹이고자 하지만 공유지 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공유지는 황폐하게 된다. 누구도 공유지를 이용하려고만 할 뿐 관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 재정이 이와 같다. 정치인들은 각종 정치적인 목표를 위해 재정을 당장 쓰고자 하지만 이를 채워 넣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다. 국채 등을 통해 후대에 미룬다. 공유지처럼 재정이 황폐화하는 것이다.
지난 1981년 집권한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취임 직후 각료들에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취임 1년 만에 최저임금이 45.9% 올랐다. 또 전 국민 무상 의료, 공무원 증원, 연금지급액 인상 등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두 차례에 걸쳐 총 11년간 집권했다. 이후 ‘퍼주기’에 길들여진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다른 정당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고 서로 번갈아 집권하면서 그리스의 재정이 무너졌다. 그 결과 반복된 유럽연합(EU)의 지원, 높은 실업률, 고물가 등 그리스 재정 위기가 이어졌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사태를 통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고 대외 신용도가 추락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또다시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맞을 수는 없다.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