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 정부의 경제 스파이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시작한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폐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하면서 러시아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이 대중 갈등의 수위를 누그러뜨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맷 올슨 미 법무 차관은 23일(현지 시간)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아시아 지역에 대한 편견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검토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슨 차관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것은 너무 제한적이었다”며 “인종이나 민족에 기반해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중국의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맞서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법무부는 영업 기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기업 화웨이를 기소하고 9명의 미국 거주자를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압박하기 위해 기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아시아계 학자, 특히 미국 내 중국계 교수를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올슨 차관은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일에는 예외가 없겠지만 중국 이외에 북한이나 러시아·이란 같은 나라들로부터 직면한 위협을 인식하기 위해 차이나 이니셔티브라는 꼬리표를 더 이상 붙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 모든 위협을 살피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더 넓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를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를 비롯해 다른 기관들을 중국의 불법 행위에 노출시킬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게 하려고 미국이 중국에 유화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NT)는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하더라도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기술 부품을 수입하거나 금융 거래에서 도움을 받으며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