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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 규모 최저…도심 공급 감소 못 막는다[집슐랭]

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들 모습. 연합뉴스여의도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 사업의 지난해 수주액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재건축 규제 일변도에 나선 결과 사업이 위축된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그동안 규제로 틀어막았던 공급이 늘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통계청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건축 사업 수주액은 5조 9978억 원으로 지난 2014년(4조 9088억 원)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재건축 사업의 초기 단계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도급 계약 금액을 반영한다. 재건축 수주액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7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1조 624억 원을 기록했으나 2018년 3월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감소세를 보여왔다.

재건축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조합 설립→시공사 선정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초기 단계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후 약 4년간 적정성 검토에 도전한 전국 28개 단지 가운데 절반인 14곳은 탈락했다. 서울에서는 11개 단지 중 4곳만 통과했고 심지어 지난해는 통과한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이 14.1%나 급등했는데도 재건축 수주액이 줄어든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 규제를 빼놓고는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을 발표하고 정부도 뒤늦게 2·4대책을 통해 도심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재건축 사업이 한번 위축된 이상 중장기 공급 물량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진단 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관련 규제가 겹겹이 있는 것도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재건축 사업은 보통 10년가량 걸리는데 초기 단계에서 규모가 줄면 중장기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재건축 사업 수주액 추이. 서울경제DB전국 재건축 사업 수주액 추이. 서울경제DB


4년간 안전진단 문턱 확 높아져…서울 3곳중 2곳, 첫 관문부터 탈락



주택 경기 호황에도 재건축 수주액이 되레 감소하는 현상의 배경으로는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정책이 꼽힌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사실상 첫 단계로, 안전딘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정부가 지난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후 안전진단을 통과한 전국 재건축 단지가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3곳 가운데 2곳은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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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후 단지 적정성 검토 수행 결과. 서울경제DB서울 노후 단지 적정성 검토 수행 결과. 서울경제DB


27일 서울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약 4년 동안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최종 단계인 ‘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한 전국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14곳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적정성 검토를 진행한 단지는 총 28곳으로 통과율이 50%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11개 단지 중 4개 단지(36.4%)만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시행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로 사업 첫 관문에 해당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 설립 인가 등 이후 단계를 밟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기존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으로 나뉘었던 절차에 적정성 검토를 추가하고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이를 수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대폭 상향해 건물 내구도에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법령상 구조 안전성 가중치가 50%인 이상 안전진단 자체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심 재건축이 상당 부분 막히며 주요 도시의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77만 8719가구 가운데 준공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99만 212가구로 그 비중은 55.7%에 달했다. 20년 이상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46.7%, 이후 11월 부동산R114 조사에서는 52.7%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다수의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 시작을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재건축 사업 수주액이 줄어드는 등 정부 정책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규제로 중장기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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