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대선 D-10] 사라진 '대선공약 가계부'…국민 검증 기회마저 박탈

소요재원 추계·조달 방안 등

李·尹·安 모두 공약집에 누락

"18·19대 대선보다 후퇴" 비판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 분야 방송 토론회에서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 분야 방송 토론회에서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1281조 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3차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약의 총 소요 재원이라며 제시한 숫자다. 안 후보가 전문가들과 조사해본 결과 △청년기본소득 35조 원 △농민기본소득 51조 원 △기본 대출 48조 원 △아동수당 확대에 47조 원 등 총 1281조원이 든다는 것이다. 이에 이 후보는 “저희가 합산해본 결과로는 250조~300조 원 정도”라며 “계산 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역대 최고의 ‘퍼주기 대선’라는 평가 속에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과연 재원 조달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 대선 후보 중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제외하고는 국정 공약집에 소요 재원 추계와 조달 방안 등 공약 가계부를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실제 공약 재원을 밝히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국민들이 공약 실현 가능성을 검증할 기회를 박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경제가 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 공약집을 확인한 결과 공약 가계부라고 불리는 △공약 이행 총 소요 재원 △공약별 세부 재원 △조달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공약집만 봐서는 각 공약 이행에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각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확인하고 검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재원 관련 사항을 구두로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후보 측은 22일 공약집을 발간하면서 총 소요 재원이 300조~350조 원이라고 했다. 앞서 이 후보가 밝힌 수치보다 50조 원 증가했다. 공약별 세부 재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답변서를 통해 재원 추계와 조달 방안을 밝혔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총 소요 재원 266조 원, 201조 원을 제시했다. 다만 윤 후보는 전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과 지원책을 발표해 소요 재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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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의 공약집 공약 가계부 누락은 지난 10년 전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8대·19대 대선 당시 공약 가계부를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18대 대선, 국민의당은 19대 대선 때 각각 공약 가계부를 넣었다.

민주당은 공약 가계부 누락 이유에 대해 “향후 발표할 공약에 재원이 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공약 재원 계산은 정확히 무토막처럼 되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자기 식대로 추계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유권자들의 공약 검증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대선 후보들이 아직도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할지 계산 중이라고 하면 블랙코미디”이라며 “공약 재정 추계는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고 논쟁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 후보가 지역 공약에 대해서는 총 소요 재원도 제시하지 않은 것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지방 공약 추계 누락은 선거 때마다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앞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윤 후보의 중원신산업벨트 공약에 23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측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사무총장은 “지역 공약까지 추계하면 예산을 감당 못할 것으로 판단될까 봐 그러는 것”이라며 “지역 공약은 표만 얻어가고 지역 주민의 마음을 할퀴었던 대표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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