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세 방면에서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개시하자 주요 외신들은 이같이 현지 상황을 전했다. 불과 하루 만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목전까지 쇄도했다. 러시아군의 번개 같은 이번 대규모 기동전술은 8년 전 무력을 앞세워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당시보다도 과감하고 전면적이다.
우리 군의 한 간부는 “러시아의 이번 공격 특징을 하이브리드전과 입체적 고속 기동작전”이라고 진단했다. 하이브리드전이란 전통적 군사 무력 수단뿐 아니라 선전 선동을 통한 여론전, 역정보·기만전술, 사이버 공격과 같은 비군사적 수단까지 병용하는 혼합 전법이다.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적국이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파병을 받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다. 실제로 러시아는선전전으로 이번 침공의 구실을 만들었다. 민족적·문화적 동질성을 내세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 세력 준동을 조장하고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얻으려 했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정책을 서방이 러시아를 위협하는 동진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누구든 러시아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려는 세력은 ‘역사상 겪어보지 못했던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핵강압 전술을 펴면서 서방권의 우크라이나 파병 지원을 억제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 및 외교전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의 역사와 복식·문화 등을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해온 것은 단순히 역사·문화 찬탈을 넘어선 전략적 포석이 담겨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우려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쌍궤병행(북한 핵·미사일 실험 및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에 반발하며 한미 동맹을 견제하는 것도 푸틴 방식과 닮았다. 이 같은 방식은 자칫 북한 내 급변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개입에 대한 명분을 줄 수 있다.
입체 고속 기동전에서는 우선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와 항공기로 적의 방어망을 무력화하고 제공권을 잡는다. 거의 동시에 육해공 합동 작전으로 빠르게 진격해 적을 단숨에 제압한다. 러시아는 이번에 미사일, 항공 전력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방어 수단과 전략 시설을 파괴했다. 공중 강습부대, 육상 기갑부대, 해상 상륙부대도 동시에 투입해 수도권 눈앞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극히 낙후된 공군·해군력 탓에 입체 작전을 펴기 어렵다. 대신 북한이 대량의 탄도·순항미사일, 전자기파공격(EMP), 사이버 공격, 특작 부대,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으로 잠시나마 우리 군의 방어 태세를 마비시킬 수는 있다. 그 틈을 타 단기간에 서울 등 수도권 일부를 점거해 정전 협상을 맺는 제한적인 고속 전격전을 노릴 가능성은 있어 미사일방어체계 고도화, 수도권 이북 방어력 강화, 해군 대잠 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