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두산그룹, 구조조정 조기 졸업…가스터빈·SMR·로봇투자 확대

당초 예정보다 1년이상 앞당겨

독립경영 가능한 수준 회복


두산그룹이 뼈를 깎는 구조 조정 끝에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8일 채권단과 두산그룹이 체결했던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종료한다고 27일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이다. 당초 예정된 3년이었던 구조 조정 기간을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신사업 전망을 면밀히 점검한 결과 구조 조정 기간 중 유동성 확충뿐 아니라 미래형 사업 구조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부터 석탄 화력 등 전통 발전 분야의 실적 둔화와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금융 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채권단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확실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이끌어내고자 계열사 등 그룹 보유 자산을 순차 매각하고 두산중공업 자본을 확충하는 내용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자구 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6월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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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에 따라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 동대문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 모트롤사업부,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등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박정원 회장 등 대주주 일가도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 출연했다.

위기의 중심이었던 두산중공업도 긴급 자금 수혈 후 두 차례나 유상증자에 나서며 힘을 보탰다.두산중공업은 2020년 12월 실행된 유상증자로 1조 2000억 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1조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중 5000억 원이 채권단 상환에 투입되면서 구조 조정의 마지막 단추를 끼웠다. 실적도 회복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전년 대비 22.5% 증가한 11조 807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8908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6458억 원으로 8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가스터빈,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용 로봇, 수소드론 등 신사업을 적극 키워 과거의 영광을 재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점도 두산그룹에는 호재다. 또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혹독한 구조 조정을 거치며 한때 20개가 넘었던 계열사 수가 10여 개로 줄었고 재계 순위도 10위권에서 17위까지 떨어졌다”며 “그룹의 신사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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