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푸틴의 살라미 전술은 멈추지 않는다 [김영필의 #월스트리트]

유럽에 "러와 맞서지 말라" 충격요법

美는 나토 결속력 높아졌다 보지만

"제재해도 푸틴 못 꺾어" 여론 팽배

발트 3국 등이 다음 희생양 될 수도

러시아가 원하는 국경선. 피터 자이한 트위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발틱 국가들과 폴란드 동부를 확보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 전쟁이나 소련의 영광을 재연하고 싶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자아도취적인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의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이 2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18세기 예카테리나 대제나 차르들도 지금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자이한은 5년여 전인 지난 2017년 1월 ‘슈퍼파워의 부재-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라는 책을 냈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이 책이 다시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당시 그는 지정학적으로 폴란드를 지나면 발트 3국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부터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대평원이 펼쳐져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러시아의 영토는 완전히 개방돼 있으며 인구의 80%가 유럽에 가까운 서쪽에 몰려 산다”며 “러시아에 있어 안전한 국경은 오직 확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크리미아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역에 손을 뻗을 것으로 봤다. 자이한은 자신의 책에서 “모스크바는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우크라이나군을 궤멸시키기를 원한다”며 “러시아는 유럽에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동유럽과 발트 3국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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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결속력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서방을 분열시키겠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나토의 문호를 계속 열어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뢰가 언제까지 지속하느냐가 관건이다. 동유럽의 경우 미국에 병력 주둔을 계속해서 애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의심과 혼란, 분열이 싹틀 수 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의 영토 방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회원국도 회원국 나름이다. 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미국이 옛 소련의 영향권 아래 있던 발트 3국에서 전쟁이 나도 핵전쟁을 불사하겠느냐는 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대소 봉쇄 정책을 입안한 조지 케넌이 살아 있을 때인 1998년에 한 인터뷰를 자신의 칼럼에 소개했다. 여기에서 케넌은 나토의 동진 정책에 대해 “새로운 냉전이 시작될 것이다. 러시아가 반대로 움직일 것이고 그들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모든 나라를 지킬 여력도 의지도 없다. 나토 확장은 아무런 외교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는 초강력 제재가 푸틴의 전략 속도를 크게 늦출 수는 있어도 완전히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게 되면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를 둘러싸고 있는 발트 3국 등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데르 무사비자데 매크로어드바이저리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경제와 혁신, 기술에서 미국과 슈퍼볼을 하기 원하고 또 자신들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푸틴은 경기장을 불태우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정학자인 자이한은 2017년 저서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국경 라인을 그리면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포함시켰다. 굳이 합병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위성국가를 세우려고 할 수 있다. 그는 “(지정학적 대전략을 위한) 러시아식 접근법의 큰 부분은 베이비 스텝(단계적 접근)”이라고 했다.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를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러시아에 있어 지정학적 이익은 경제 이익을 앞선다. 러시아의 움직임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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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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