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에 앞서 초기 투자자 지분을 구주 매각하는 방향으로 잠정 선회했다. 잇단 논란으로 IPO 일정이 계속 늦어지자 자금회수(exit)가 시급한 투자자들의 지분을 우선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카카오모빌리티 초기 투자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 위한 구주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일부 운용사(GP)들이 자금 모집에 나서며 현재 투자자(LP)들과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 가치는 8조 원 안팎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말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상장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며 상장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택시·대리 업계와의 갈등부터 시작해 호출료 인상과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이 계속 불거지며 한 달도 채 안 돼 모든 과정을 중단했다. 국정감사 시즌을 지나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자 지난해 말 RFP를 다시 발송해 주관사 선정에 나섰지만 이번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매도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그룹 전반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르며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에서 계열사 상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CAC는 카카오 그룹 전반의 계열사 간 사업 조율과 리스크 대응을 맡는 조직이다.
문제는 TPG 등 초기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기한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TPG는 한국투자증권, 오릭스 등 기관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2017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누적 6307억 원을 투자,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LP들과 보통 5년 주기로 계약을 맺는 사모펀드 특성상 더 이상 지분을 들고 있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TPG 측 지분부터 우선 해소하고 차분히 IPO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르면 올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모빌리티 업종 특성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이달 대선을 치른 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또다시 규제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우려해 섣불리 구주 매입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카카오 본사가 직접 나서 사들일 것이란 말도 나오는데 실탄 마련이 녹록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