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정택의 세상보기] 자유와 민주를 지키는 전쟁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美·유럽 강력한 대러 경제 제재 속

文 정부 단호한 대응 보이지 않아

평화 위한 전쟁서 한국이 답할 차례





학교에서 외국 학생들을 가르칠 때 수업과 토론을 열심히 했던 우크라이나 여학생이 있었다. 최근 참석한 인하대 졸업식에서는 우크라이나 학생이 박사 과정 졸업생을 대표해 학위증을 받았다. 그들의 조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규탄이 지금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 한국 주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수많은 시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난하고, 전쟁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국내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경찰에 연행된 사람만도 6000명이나 된다.

애초 우리 정부는 러시아 침공에 단호한 모습을 못 보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격한 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무력 침공 억제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으로 전해졌는데 그는 방송에 나와 한·러시아 교역과 기업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한국 대응이 독자 제재까지 선언한 호주 및 일본과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여당 대통령 후보는 TV 토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발언했다. 나중에 우크라이나 국민에 사과했지만 침략 국가인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이 민주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 전쟁을 유발한 것처럼 들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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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실에서는 압도적인 러시아 군사력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와 우방국의 구심점이다. 미국의 대피 권고에 “여기가 전쟁터다. 나에게 필요한 건 탄약이지 (피신할) 차편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그는 우방에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전쟁이자 세계의 자유와 민주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역설한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경제적 유대가 깊은 유럽이지만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전쟁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 제공 계획을 발표했고 중립국인 스웨덴도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경제 제재도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 세계 1만 1000개 은행이 가입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기로 했으며 그 영향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30% 정도 떨어지자 러시아에서 기준 금리를 9.5%에서 20%로 인상할 정도로 충격을 줬다. 국방·항공 등 전략 물자와 반도체·컴퓨터 등 비전략 물자의 대러시아 수출도 막고 있다.

한국 정부도 금주 들어 대러시아 제재 동참 계획을 짜나가고 있는데 빈틈없고 실질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대북한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해 국제사회로부터 잃은 신뢰를 러시아 제재에 대한 결속으로 회복해야 한다.

차제에 우리 외교의 소위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야 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향하는 유연성 아닌 이중성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장기 집권 포석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경제도 강력한 국가 통제 아래 둔다. 체재 경쟁이 바로 경제 경쟁이며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아예 떼어내려 한다.

한국을 잘 모르는 먼 나라들을 포함해 16개국 군인이 6·25 전쟁 때 한국에 와서 싸웠다. 전쟁 폐허를 딛고 일어선 한국이 러시아보다 앞선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한 현재의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답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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