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MWC 2022에 돌아온 중국의 화웨이가 ‘ESG’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화웨이는 매년 MWC에서 최대 규모 부스를 차리며 행사의 중심축으로 불려 받아왔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이후 첫 오프라인 개최한 MWC에서 친환경 행보로 유럽 시장에 손길을 내밀었다는 평가다.
제이 천 화웨이 아태지역 부사장은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2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는 10년 전부터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과학기술과 자연의 상생’이라는 이념 아래 탄소배출 감소·재생에너지 사용 증대·순환경제 촉진·자연보호 등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이번 전시에서 유례 없이 ESG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1전시관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부스는 흰색 배경에 푸른 나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로 꾸며, 숲 속과 같은 느낌을 줬다. 또 2개 전시관은 ‘그린에너지’ 관련으로 꾸몄다. 5세대 이동통신(5G)이 일반 사용자는 물론 산업·사물인터넷(IoT)으로 확장되며 에너지 사용량 급증이 예상되는 데 따라, 주력 제품인 네트워크 장비의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화웨이는 전시관 뿐 아니라 발표에서도 끊임없이 ESG를 언급했다. 행사 개막 전날 열린 포럼에서는 라이언 딩 화웨이 캐리어 사업그룹 사장이 “화웨이의 친환경 전략은 ‘더 많은 비트, 더 적은 와트’”라며 “친환경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네트워크 용량은 늘리며 비트당 에너지 소비는 줄일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 사업 전략으로도 ESG를 꼽았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대표는 “한국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요구가 많은 만큼 저탄소·친환경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ICT 인재가 귀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 학계에 화웨이 연구 자료를 제공해 인재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만큼 5G 특화망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사업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업계는 화웨이가 MWC 2022에서 ESG를 강조하고 나선 것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따라 화웨이 본사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급속히 자리를 잃고 있고, 북미 시장에는 진출이 막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 시장을 잃어버린 화웨이가 유럽 통신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MWC 2022를 통해 ‘착한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고, 유럽의 여론을 돌리려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