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한 첫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다자간 협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현지 시간) 유엔에 따르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4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석한 전세계 175개국 협상 대표는 오는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오염을 막기 위한 조약을 만들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UNEA 의장인 에스펜 바스 에이데 노르웨이 기후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이제 전염병급 위기가 됐다”며 “이번 합의로 우리는 그 치료법을 찾기 위한 길에 나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협약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부터 재활용·폐기까지 전 과정을 다루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도 다룰 예정이다. 국가와 기업들이 재활용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한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번 협약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한)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원국들은 연내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를 구성해 협상에 돌입한다.
세계 각국이 협약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어 협약 논의 기간은 3년으로 단축된다. 통상 글로벌 협약을 만드는데 5~10년을 요구하지만,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UNEP에 따르면 플라스틱 배출량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7년 3억 4800만 톤으로 급증했다. 이중 재활용 비율은 10%가 채 안된다. 이대로라면 2040년에 배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다만 협약 마련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비영리환경단체 ‘인바이런먼트아메리카’의 스티븐 블랙리지 활동가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플라스틱 생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시하고 대체 기술 마련을 위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지 등 골치 아픈 문제가 산적해있다”고 꼬집었다. 석유화학 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미국화학협회의 조슈아 바카 부사장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