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한 국가의 육군력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무기다. 웬만한 총탄은 모조리 튕겨내는 전차의 위용 앞에 적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재블린’은 그런 전차를 막아내기 위해 미국 육군이 개발한 휴대용 미사일 무기다. 기존 대전차 미사일의 가장 큰 단점은 사수가 미사일이 전차에 명중될 때까지 조준한 채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명중되기까지는 10초 이상 걸리기도 해 사수가 공격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재블린은 발사 후 바로 움직여도 되는 ‘발사 후 망각’이 가능해 보병이 신속히 이동하며 작전을 펼 수 있다. 재블린은 유효 사거리가 2.5㎞로 대폭 늘었고 600~800㎜ 두께의 전차 장갑도 뚫을 만큼 화력도 세졌다. 재블린과 견줄 만한 무기로는 우리나라의 ‘현궁’이 있다.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을 참고해 개발된 현궁은 유효 사거리, 관통력, 무게 등 성능과 제원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재블린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재블린으로 무장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CNN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원래 우크라이나 동쪽은 평지여서 전차로 무장한 러시아 군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진군해 빠른 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전쟁이 벌어지자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전차 사거리 바깥에서 재블린으로 공격해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는 요즘 재블린이 ‘성자(st.) 재블린’이라 불린다.
미국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390기의 재블린 미사일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재블린을 포함해 3억 5000만 달러(약 4215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도록 승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투지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탈레반과 싸우기도 전에 도망간 것과 대비된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싸울 의지와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