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240일 전 '실용정치' 교감한 尹·安, 단일화로 두번째 '투샷'

■단일화 공동선언 '40분' 풍경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입장하고 있다./성형주기자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입장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공동선언을 10분 앞둔 3일 오전 7시50분께 국회 소통관 앞 도로. 국민의힘·국민의당 관계자들과 취재진 수십명이 있었다. 단일화 협상의 주역인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권영세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과 환한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또 다른 주역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밝은 표정으로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이야기 나눴다. 각 당 관계자들은 서로 “고생했다”는 취지의 인사를 건넸다.



오전 7시57분 검은색 카니발이 한 대 섰다. 이태규 본부장이 조수석 창문으로 다가가 뒷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안 후보의 차량이었다. 주변에서 “시간 맞춰서 내리자”는 말이 들렸다. 안 후보는 차에 머물렀다.

오전 8시3분 검은색 카니발 한 대가 안 후보 카니발 뒤에 섰다. 윤 후보의 차량이었다. 두 후보는 각자의 차에서 거의 동시에 내렸다. 서로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윤 후보는 “좀 주무셨느냐”고 인사를 건넸다. 두 후보가 만난 것은 약 5시간30분만이었다. 이들은 이날 새벽 2시30분까지 장 의원 매형의 논현동 자택에서 단일화 논의를 했다.

두 후보는 소통관을 향해 함께 걷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무언가를 묻자 윤 후보는 “저는 서초동”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맞다 맞다”며 “저는 노원구라 워낙 멀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집이 어딘지 물은 모양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입장하기 전 안 후보의 태블릿피씨를 살펴보고 있다./성형주 기자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입장하기 전 안 후보의 태블릿피씨를 살펴보고 있다./성형주 기자


안 후보가 소통관 물품검색대 옆에서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는 평소 기자회견장에 들고 오는 태블릿피씨를 켰다. 안 후보는 태블릿피씨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두 군데”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네네.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소통관 2층으로 올라갔다. 백여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권 본부장이 가장 먼저 이들을 맞이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도 곁에 서서 윤 후보와 인사했다. 또 윤 후보는 장지훈 국민의당 공보팀장을 소개받고 악수를 나눴다.

두 사람은 당 관계자들과 기자들을 지나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단상 근처에 서서 정면에 놓인 카메라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후 안 후보가 단상 앞에 섰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왼쪽으로 1m 정도 거리를 두고 섰다. 윤 후보는 공동선언문으로 보이는 출력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안 후보는 단상에 놓인 테블릿 피씨를 보며 공동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안철수…” 안 후보는 말을 잠깐 멈췄다. 윤 후보를 바라봤다. 윤 후보가 손을 내저으며 “하시죠”라고 했다. 안 후보는 “계속할까요”라고 한 뒤 다시 처음부터 말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안철수, 윤석열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성형주 기자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안 후보는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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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 후보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통합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사람은 국민들께 겸허하게 약속합니다”라고 말한 뒤 정면을 똑바로 보며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말을 받아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내에서 박수가 나왔다.

안 후보는 공동선언문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안 후보는 말미에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어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며 “늦어서 죄송하다”며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끝까지 확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끝냈다. 윤 후보는 안 후보 곁으로 와서 함께 고개를 숙였다. 사진기자들의 요구를 받고 포옹, 악수, 만세 등 포즈를 취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성형주 기자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두 사람은 기자회견장 바깥의 질의응답 장소로 이동했다. 한 기자가 안 후보에게 ‘안 후보가 선언문을 주로 읽었는데 누가 주로 작성했느냐’고 묻자 “초안을 새벽에 일어나서 밤새 다듬었다”며 “그것에 대해 윤석열 후보께서 고칠 부분이 없다, 그대로 하자고 흔쾌하게 동의를 해주서 선언문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은 2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윤 후보의 다음 일정을 이유로 질문 14개를 받고 끝냈다.

두 사람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통관 1층으로 내려갔다. 바깥에 주차된 차량까지 나란히 걸어서 이동했다. 중간에 몇 마디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은 차량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서 악수했다. 이후 각자 차량에 탑승했다. 윤 후보는 충북 아산 유세 장소로, 안 후보는 국민의당 당사로 떠났다. 차를 탄 시각은 오후 8시43분. 단일화 공동선언을 위한 두 사람의 만남은 딱 40분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성형주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두 사람이 기자들 앞에 선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번째는 윤 후보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뒤 며칠 뒤인 지난해 7월7일로 240일 전이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에서 오찬을 하며 1시간 50분가량 대화했다.

윤 후보는 식사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저희가 서로 연락을 하고 따로 만나고 하면서 의견을 좁히고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도록 애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서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성형주기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특히 두 사람은 만남 뒤 브리핑 내용을 통해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음을 드러냈다. 김기흥 국민의힘 부대변인과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임을 확인했다”며 “확실한 정권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고 이념과 진영을 넘어 실용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두 번째 ‘투샷’을 찍은 자리에서 역대 네 번째 대선 후보 단일화라는 역사적 사건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이날부터 경쟁자이자 협력자에서 온전한 협력자로 관계를 바꿨다. 공동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 앞에는 대선의 승패는 물론이고 승리 시 인수위·정부 공동 구성 등 최고난도의 과제가 산적해있다. ‘윤석열-안철수 원팀’이 순항할 지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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