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여느 스타플레이어들과 달리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지 않는다. 답변이 너무 솔직해서 종종 구설에 오르기도 하지만 정당한 비판은 수용하고 곧장 사과한다. 골프계를 대표하는 인기 선수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위상에 도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슈퍼골프리그(SGL)가 골프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선수들 중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찬반 의견을 낸 것도 매킬로이다. 그는 지난달 “SGL은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dead in the water). 아무도 안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후 SGL 주도 세력 중 한 명인 PGA 투어 동료 필 미컬슨(미국)이 실언으로 궁지에 몰리는 일이 벌어지자 매킬로이는 “누구나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로 실수를 하곤 한다. 그가 돌아올 때 따뜻하게 맞아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들어 주로 경기장 밖에서 입으로 관심을 끌던 매킬로이가 오랜만에 코스에서도 할 일을 했다. 4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이힐 클럽&로지(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5언더파 2위 그룹인 보 호슬러(미국), JJ 스폰(미국), 빌리 호셜(미국)에 2타 앞서면서 PGA 투어 통산 21승 전망을 밝혔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10월 더 CJ컵에서 20승 금자탑을 완성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매킬로이는 16번 홀(파5) 이글로 한꺼번에 2타를 줄였다. 328야드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치우쳤지만 195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린 뒤 12m 넘는 퍼트를 넣어버렸다. 이 홀 전까지 1타를 줄이고 있던 매킬로이는 16번 홀부터 12개 홀에서 6타를 줄였다. 4개의 파5 홀에서 이날 5타를 줄였다.
매킬로이는 2018년 우승을 포함해 이 대회 5회 연속 톱10을 기록했다. 그는 “왠지 부담이 안 생기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첫날 4번 아이언 샷이 특히 잘돼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한다.
PGA 투어는 올해부터 그린북(그린 경사를 정교하게 표시해놓은 책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매킬로이는 “오히려 득이 되는 것 같다. 퍼트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는 입장이다. 이날 그는 3퍼트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10개 홀을 1퍼트로 마무리했다. 올 초 퍼팅 코치인 브래드 팩슨과 셋업 자세를 볼에 가깝게 조정한 뒤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의 ‘스리톱’도 출발이 좋다. 임성재(24)는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공동 5위, 김시우(27)는 3언더파 공동 11위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47야드짜리 샷 이글을 잡은 이경훈(31)은 2언더파 공동 21위.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은 이븐파 공동 51위다. 7번 홀(파3)에서 툭 치면 들어갈 25㎝ 파 퍼트를 놓쳤다. 너무 살짝 민 나머지 볼이 2.5㎝만 움직인 뒤 멈춰버렸다. 애덤 스콧(호주)은 페어웨이를 최대한 지키려고 드라이버를 아예 골프 백에서 빼놓고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한 결과 4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