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려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이명(耳鳴)’은 외부 소리 자극 없이 귓속이나 머리 속에서 소음이 들리는 질환이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해 동안 이명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30만 2895명 중 60대 이상이 14만 5098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명을 앓고 있는 노인은 정신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용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혜민 차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제 1저자), 정진세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종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노년층의 이명과 정신건강 및 삶의 질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명은 국내 성인 유병률이 20.7%에 달할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매년 유병률이 3%씩 증가하는 추세인데,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청각 외에 수면의 질,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비인후과 치료 뿐 아니라 정신건강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제6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80세 미만 5129명을 대상으로 이명과 정신건강, 삶의 질 저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대상군을 이명 정도에 따라 △정상 △경도 이명 △심한 만성 이명의 세 그룹으로 나눠 △우울감 △심리적 고통 △자살사고 3개 항목으로 정신건강을 평가했다. 삶의 질은 EQ-5D 조사표에 따라 △운동능력 △자기관리 △일상 활동 △통증 및 불편 △불안 및 우울의 5개 항목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심한 만성 이명 그룹은 정상 그룹보다 우울감이 1.7배, 심리적 고통이 1.9배, 자살 사고가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p< 0.001). 심한 이명을 앓고 있는 노인은 삶의 질이 저하될 위험 또한 현저하게 증가되어 있었다. 정상 그룹과 비교하면 운동능력 저하가 1.8배, 자기관리 능력 저하가 2.1배, 일상 활동 제한이 2배, 통증 및 불편감이 1.9배, 불안 및 우울감이 2.1배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이용제 교수는 “이명과 우울증은 여러 가지 공통적인 위험인자를 공유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명이 노인의 정신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은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져 생체 리듬이 파괴될 수 있다. 이는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대사에 악영향을 미쳐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고, 인체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노인 이명 자체의 치료 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고려한 포괄적인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세한 내용은 노인의학 국제학술지(Journal of Applied Gerontology)에 게재된 ‘노인에서 이명이 정신건강,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Tinnitus and Its Association With Mental Health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in an Older Population: A Nationwide Cross-Sectional Study)’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