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 증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주 낙폭이 컸던 코스피는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 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 재개 소식에 상승세를 지속하다, 주 후반 전쟁과 관련한 사고 소식이 부각되며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음 주에는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 중국 경기지수 발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등 대내외적 빅 이벤트들이 산재해 증시가 변동상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마진개선율이 높은 업체에 대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6.67포인트(1.37%) 오른 2713.43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1조 7346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한편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8889억 원, 839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지난 주 급격하게 악화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267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번 주 낙폭을 어느 정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우선, 미국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3월 정례회의를 앞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덜 매파적인 기조를 확인한 것이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실시된 미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호한 통제 의지를 밝히면서도 3월 금리 인상에 대해 25bp(0.25%포인트) 수준에 준하는 ‘베이브스텝’을 선호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불확실성을 높이는 행동은 피한다는 신중한 스탠스를 확인했다”며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3월 FOMC에서의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관련 경계감이 다소 해소되며 3일 코스피는 1.61%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2차 회담 재개에 기대를 걸던 국내 증시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결국 하락 전환했다. 지난 4일 러시아의 군사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났는데, 이 발전소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로 폭발 시 체르노빌보다 피해가 10배 이상 클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에 우려가 더 심화됐다. 이에 코스피는 이번 주 마지막 날 1.22% 하락하며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다시 반납했다.
증권가에선 다음 주 증시가 대내외적인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변동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환 HN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650~2800선으로 제시했다.오는 10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발표 결과가 금리 인상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모두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파월 의장은 3월 FOMC에서 25bp 금리 인상을 기본으로 하되, 10일 발표되는 CPI 상승률이 가팔라지는 정도를 보고 추가 판단을 내릴 것으로 의회 연설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코스피 실적 전망이 비용 상승에 따른 마진 축소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는 1월 말 275.9 에서 2일 기준 261.5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비용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기 용이한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은행, 비철금속, 운송 등과 대선 이후 내수부양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음식료, 유통, 의류 등 내수소비 업종,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이후 수혜가 기대되는 면세점, 호텔 등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조금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700~2820선으로 제시했다, 주요국들의 2월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낮아질 가능성에 점진적인 수급 개선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선물시장은 연준의 3월 50bp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5% 가능성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내 미 연준의 가장 긴축적인 스탠스가 관찰되는 시점이 3월 FOMC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 시장은 해당 이벤트를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높아진 증시 민감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러시아의 군사 활동 확대와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의 제재 강화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부정적인 뉴스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차례의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점 역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 소식 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 감내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예상되는 협상테이블에서의 주도권 확보 과정이 지나고 나면 외교적 해결 수순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의 헤징(Hedging) 수단인 원자재와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금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