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정책 약발 다했나…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5개월째 3%대

원자재값 오름세 더 가팔라져

우크라 사태 반영된 내달부터

에너지값 본격상승 등 더 악화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하겠다지만…유가 상승세에 효과 반감

확장재정도 물가압박 요인으로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3.7%(전년 동기 대비) 올랐습니다.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인데 2010년 9월~2012년 2월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2% 올라 10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물가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국은 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막으려 오는 4월에 끝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는 한편 인하 폭을 확대하는 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터라 유류세 인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두드러집니다. 석유류 제품은 지난해 같은 때보다 19.4% 올랐는데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전기료(5.0%), 상수도료(4.1%), 도시가스(0.1%)도 모두 올랐습니다. 여기에 수요까지 늘면서 전체 물가 인상 폭이 커졌습니다. 수요 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외식물가지수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이번 주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10.4달러 오른 배럴당 105.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두바이유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9월 이후 약 7년 반 만입니다. 더 오를 여지도 큽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수출입 거래 부문에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를 부과하거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150달러까지 에너지 가격이 치달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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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번 2월 소비자물가 동향 조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전에 진행됐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 고물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 24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2월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정학적 요인이 가세하면 물가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 장기화 흐름이 뚜렷해지자 정부는 4월 종료를 앞둔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앞선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물가 오름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장 조치가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도 검토하겠다지만 유가가 되레 더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민간의 가격 인상을 가능한 억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지만 원가 부담을 사업자가 억누르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근원물가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2.4%를 기록한 뒤 2.7%, 3.0%, 3.2%로 매달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근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업자가 자재 비용 부담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 제품 값에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는 확장 재정도 물가 불안 요인입니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선거 이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약속하고 있는데 현실화하면 민간 수요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경우 2011년 12월(4.2%)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쉽사리 해제할 것 같지 않다”면서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유지한다면 3%대 물가를 사수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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