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올해 업무보고서에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중국은 대신 올해 외교의 초점을 일대일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6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앞선 3년과 달리 한국, 미국, 일본, EU와의 경제협력이나 무역 협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나라, 지역과 협상을 하고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SCMP는 "해당 국가들과의 관계는 쇠퇴했고 EU와의 포괄적 투자협정은 인권 문제와 제재 등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미국과의 무역 협상도 교착상태"라고 지적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해양대 교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어떠한 계획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보았다. 그는 "중국과 미국·EU와의 차이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대응으로 다른 나라들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역시 중국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불확실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루샹(陸翔) 중국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원은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확정되지 않은 협상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은 중국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지정학적 복잡한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의 전반적 입장은 여전히 논의 중인 것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미 확정되고 체결된 것을 붙들고 그것을 공고히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루 연구원은 중국 최고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업무보고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분명 고려하고 있지만 불안한 환경을 쉽게 자극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은 올해 외교 예산을 2.4% 증액한 502억7천만 위안(약 9조 6천800억원)으로 책정해 2년간 외교 예산 감축 흐름에서 돌아섰다. 앞서 2021년과 2020년 외교 예산은 각각 전년 대비 1.9%, 11.8% 줄었다.
루 연구원은 지난 2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방문과 회의가 제한된 까닭에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 예산 증액이 올 하반기 국경 통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